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소나무 식수
단둘이 ‘도보다리’ 걸으며 신중ㆍ밀착대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7일 오후 회담에 돌입하기 전 공동 식수와 산책을 하며 친목의 시간을 나눴다. 오전 회담 후 각각 오찬과 휴식시간을 따로 갖고 4시간 30분여 만에 다시 만난 두 정상은 첫만남에서 다져진 우의를 과시하듯 친밀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둘만의 대화에 집중하면서 점차 심각하고 진지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오후 첫 일정인 식수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 경로로 쓰인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건물 동편 공터의 ‘소떼길‘에서 이뤄졌다. 문 대통령과 참모진은 김 위원장 일행보다 5분 먼저 장소에 도착해 김 위원장 일행을 맞았다. 악수를 나눈 두 정상은 정전 협정이 체결된 1953년생 소나무 앞에 나란히 서서 미리 준비된 한라산과 백두산의 흙을 각각 세 차례씩 식수했다.
김 위원장이 식수를 마치고 “어렵게 찾아온 새봄을 소중하게 잘 키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덕담을 건네자 문 대통령이 흐뭇한 미소로 화답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한강물을, 김 위원장은 대동강물을 소나무에 뿌린 뒤 두 손을 맞잡고 화합을 기원했다. 두 정상은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표지석에 손을 올리는 가 하면 소나무를 배경으로 양측 수행원들과 나란히 서서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식수 행사를 마무리한 두 정상은 오후 4시 35분쯤 곧장 ‘도보다리’로 향했다. 20m 앞에 양측의 수행원을 앞세우고 나란히 선 두 정상은 발걸음을 옮기며 쉼 없이 대화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길을 안내하면서도 손짓을 적극 써가며 대화를 주도했고, 김 위원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하면서 안경을 고쳐 쓰거나 미간을 찌푸리는 등 다소 긴장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두 정상이 나란히 걸어간 도보다리는 1953년 정전협정 직후 중립국 감독위원회가 판문점을 드나들 때 동선을 줄이기 위해 습지 위에 만든 다리다. 이번 회담을 위해 파란색 페인트로 새로 단장한 다리는 두 정상이 나란히 설 수 있을 만큼 넉넉한 규모였다.
두 정상의 발걸음은 약 70m 길이 다리 끝에 멈춰 섰다. 분단의 상징적 장소인 녹슨 군사분계선 표식물 앞에 멈춘 두 사람은 담담한 표정으로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부근에 놓인 좌석으로 자리를 옮겨 앉아 남북 정상회담의 사실상 유일한 친교행사이자 사실상 번외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대화 내용은 공개돼지 않았지만 두 정상이 웃음기 없는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며 40분 여간 지체 없이 대화를 이어간 것으로 보아 상당히 깊숙한 교감을 나눈 것으로 관측된다.
두 정상은 오후 5시 11분쯤 자리에서 일어서 10분여를 걸어 오후 회담장이 예정된 평화의 집으로 이동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ㆍ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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