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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상보기] 드루킹 사건, 댓글을 어찌해야 할까요

입력
2018.04.27 14:1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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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 온 국민, 아니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지금, 아마 ‘드루킹’ 사건이 세간의 관심을 끌기란 어려울 것이다. 야당 대표는 5월 특검 도입을 위해 임시국회를 소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지만, 적어도 젊은 세대에 이 목소리는 조소의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정치권에서는 제2의 드루킹 사건을 막기 위한 여러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개중 가장 강한 것은 댓글 폐지다. 물론 포털 사이트나 언론사의 댓글 기능은 역기능이 그 순기능을 뛰어넘은 지 오래고, CNN, NPR, 로이터 등은 물론 더 버지같은 IT 매체마저도 실제로 댓글을 없앤 바 있다. 하지만 이를 네이버나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정치권이 압박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여론의 자유로운 흐름을 인위적으로 틀어막는 시도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성공할 가능성도 낮다.

댓글 실명제 부활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이미 2000년대에 추진되었다가 위헌 결정되어 사라진 제도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를 사전 제한하려면 공익의 효과가 명확해야 한다”며 “시행 이후 불법 게시물이 의미 있게 감소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용자들이 해외사이트로 도피했다”고 말했다. 굳이 헌재의 권위를 끌어오지 않더라도, 당시 상황을 아는 사람은 다들 이 의견에 공감할 것이다.

네이버에 집중된 뉴스 소비문화가 이와 같은 댓글 조작 사태를 불러왔다는 견해는 의미가 있다. 언론 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1주일에 한 번이라도 언론사 사이트를 방문한 사람은 10~20%대에 불과하지만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네이버로 뉴스를 본 사람은 80% 후반에 이른다. 언론사 사이트에 직접 방문해 뉴스를 읽는 비율이 4% 정도란 연구도 있다. 하지만 아웃링크 제도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선정적 기사와, 이를 제목만 달리 하여 반복적으로 송고하는 어뷰징만 낳지 않았던가.

사실 드루킹과 같은 조직적 댓글 작업이 선진 정치 문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여기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댓글의 수위에 따라 명예훼손, 모욕 등을 적용할 수는 있지만, 이건 이게 댓글 작업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그 와중에 막말을 했기 때문이다.

이런 정치권의 움직임은, 댓글 작업이란 이름으로 모든 온라인 정치 운동을 묶어버릴 위험성이 크다. 매크로를 동원하거나 정치권과 결탁하는 형태는 마땅히 지양해야 할 것이지만, 민초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과 자발적, 능동적 선거운동을 아예 틀어막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안 그래도 현행법은 개인의 정당, 정치 활동의 자유를 상당히 옥죄고 있다.

야권에선 드루킹 사건이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댓글 작업 사건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어떤 정치인은 드루킹 사건이 고문이나 현해탄 수장, 암살 시도보다 잔혹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두 정부에서 일어난 사건은 정권이 직접 나서서, 그것도 국정원이나 기무사와 같이 정보, 안보를 다루는 기관을 동원하여 일으켰다는 것 때문에 그토록 심각했던 것이다. 드루킹 사건과는 심각성이 전혀 다르다.

물론 드루킹 사건은 아직 수사 중이며, 앞으로 정말 여권 실세와의 연관관계가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아직은 직접적 증거는 물론 방증마저 희미한 단계다. 게다가 설령 그 모든 음모가 사실로 드러난다 해도, 이렇게까지 정치권이 매달려 부작용까지 우려되는 대책을 낼 일이 아니다. 댓글 문화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시민 사회의 노력으로 자정되어야 한다. 정치권이 나서 이런저런 법을 들먹이는 것은 초가삼간 태우는 일일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높은 지지율을 깎아먹기 위한 억지 공세에 불과하지 않나 의심스럽다.

임예인 슬로우뉴스, ㅍㅍㅅㅅ 편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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