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측 군 책임자인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군 서열 1위인 정경두 합창의장이 27일 북한 최고사령관인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대면했다. 양복을 입은 송 장관은 김 위원장과 웃는 얼굴로 가볍게 목례한 반면 군 정복을 입은 정 의장은 굳은 표정으로 김 위원장과 악수를 나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 34분쯤 환영하는 전통 의장대 사열이 끝난 후 공식수행단 등 남북 인사 18명이 나란히 서있는 사열대 위편으로 향했다. 남측 수행단 및 인사 9명이 먼저 김 위원장을 맞았다. 제일 처음 김 위원장과 악수를 나눈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활짝 웃는 얼굴로 인사를 나눴고, 이어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살짝 목례해 인사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웃는 얼굴로 김 위원장과 가장 오래 대화하며, 3차례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김 위원장에 살짝 목례했다. 대신 이번에는 정 의장이 ‘꼿꼿한’ 역할을 맡았다. 공식수행단에서 홀로 군 정복을 입은 정 의장은 굳은 얼굴로 김 위원장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이지 않고 거수경례도 하지 않았다. 군 규정에 따르면 정복을 입은 군인은 실외에서 거수경례를 해야 하지만, 남북 군사긴장이 풀리지 않은 상황을 대변한 듯했다.
이어 북한 공식수행단 9명도 문 대통령을 맞았다. 모두 얼굴에 웃음을 띠며 환영했지만, 문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며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도 문 대통령을 환하게 맞고 악수로 인사를 대신했다.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리명수 총참모장 등 북한군 인사들은 군복을 입은 채 경례를 하며 문 대통령을 맞았다.
한편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평양 4ㆍ25문회회관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 환영식에서 김장수 당시 국방부 장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응시하고 고개를 숙이지 않은 채 악수를 나눠 ‘꼿꼿장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깍듯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김 장관의 당당한 인사법은 더욱 부각됐다. 이후 김 장관은 이명박 정권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을 지내고, 박근혜 정권에서 청와대 안보실장과 주중대사를 거쳤다. ‘꼿꼿장수’ 이미지는 10년 가량이나 그의 정치적 기반으로 활용됐다.
우리측 국방부 장관이 남북 정상회담에 동행해 북한군 최고사령관과 대면하는 것은 2007년 김장수 장관에 이어 두 번째다. 군 서열 1위인 합창의장이 공식수행원으로 참석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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