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7일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회담장까지 들어서는 짧은 순간에도 특유의 쇼맨십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여유 있는 지도자라는 점을 과시하고,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군사분계선(MDL)에서 문 대통령과 만나 손을 맞잡은 김 위원장은 유독 환한 표정으로 많은 말을 건네며 초반 분위기를 주도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MDL 북측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자고 먼저 제의하면서 문 대통령과 두 손을 맞잡고 친밀함을 보여줬다.
반면 의장행사를 위해 문 대통령과 함께 걸어올 때는 엄숙한 표정으로 돌변해 말을 아꼈다. 문 대통령이 우리측 수행원을 소개하는 과정에서는 입담을 과시하려는 듯 강경화 외교장관, 송영무 국방장관, 서훈 국정원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과 꽤 오래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민통선 지역에 사는 화동으로부터 환영의 꽃을 전달받고는 마치 동네 아이를 대하듯 어깨에 손을 얹고 자연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평화의 집 회담장에 들어선 김 위원장은 벽에 걸린 그림을 배경으로 대화를 주도하는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은 그런 김 위원장을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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