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켐텍 고소한 피죤
“AK켐텍 납품한 원료서만 검출”
환경부에 재시험 요청 AK켐텍
“타기관 분석서 PHMG 미검출”
“재시험 불가” 고수 환경부
“이미 고시된 분석법으로 검증”
피죤과 AK켐텍, 그리고 환경부 간에 섬유탈취제에 함유된 가습기살균제 성분 논란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AK켐텍은 환경부의 분석이 잘못됐다며 재시험을 요청했지만 환경부는 “재시험이 필요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 공방은 법적 다툼에서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AK컴텍 측의 국민신문고를 통한 공개 재시험 요청에 대해 “정부인증기관이 아닌 기관의 분석결과를 근거로 환경부 고시의 오류를 지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거부 입장을 정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환경부는 늦어도 27일 국민신문고에 이런 내용으로 비공개 회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은 환경부가 지난달 중순 피죤 분사형 섬유탈취제 등에서 가습기살균제 성분 중 하나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검출됐다며 회수조치를 내리면서 시작됐다. 이에 피죤은 정부 지정 공식분석기관인 피티(FITI) 시험연구원에 시험 분석을 의뢰했고 AK켐텍에서 납품 받은 원료 ‘아스코 베타인’에서만 PHMG 성분이 검출됐다며 AK켐텍을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여기에 발끈한 AK켐텍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등 공신력 있는 복수의 기관을 통해 시험 분석을 한 결과 PHMG가 검출되지 않았다며 환경부에 재시험과 공개검증을 요청한 것이다. AK켐텍 측은 “환경부 공인시험 기관은 피티 한 곳뿐인데 이 결과와 다른 시험기관들의 결과가 상반되는 만큼 재시험을 요청한 것”이라며 “환경부의 PHMG 검출 방법 관련 고시에도 모호한 부분이 있어 시험 방법에 오류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이미 AK켐텍이 제시하는 오류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한 만큼 결과는 달라질 게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 시점에서 AK켐텍의 원료(베타인)가 피죤 제품에 사용된 제품과 동일한지 여부를 검증할 수 없기 때문에 재시험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앞으로 검출 결과가 나올 때마다 기업들이 요청한다고 재시험과 공개검증을 할 수는 없다”며 “이렇게 되면 제도 운영 자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화학 성분 전문가인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도 “시료 등도 다르고 검사방법도 다른 만큼 공인된 검사기관에서 한 결과만이 의미가 있다”고 환경부 쪽 손을 들어줬다.
궁지에 몰린 AK켐텍 측은 이제 법적 대응 외에는 뾰족한 수를 찾기 어려워졌다. AK켐텍 관계자는 “환경부에서 직접 처벌을 받은 것도 아닌데 당장 납품 중단 등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며 “피죤 측의 고소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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