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회장 물색 작업 착수
공정성ㆍ투명성 확보 위해
카운슬 사외이사 늘려 5명
후보군 모집 범위도 넓혀
“임기 보장 관행 정착돼야
흑역사 청산 가능” 지적
권오준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선언으로 포스코가 차기 회장 물색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포스코는 정권 초마다 어김없이 반복되는 ‘회장 중도 낙마’의 흑역사를 이번에야말로 끊겠다며 예전보다 한층 투명하고 공정한 선발 절차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관건은 외형적인 제도 보완보다, 오너 없는 기업을 바라보는 권력의 시각이 바뀌느냐에 달렸다는 지적이 많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23일 ‘최고경영자(CEO) 승계카운슬’ 1차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선임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카운슬 위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차기 회장의 조건을 ‘포스코의 향후 100년을 이끌어 갈 혁신적인 리더십’으로 규정하고 서둘러 후보군 발굴에 나서기로 했다.
포스코는 그간 반복된 CEO 수난사를 의식한 듯, 이번 선임과정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조할 여러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우선 사내이사로 카운슬 당연직 멤버인 권오준 회장이 “공정ㆍ객관성을 위해 향후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물러났다. 2014년 권오준 회장 선임 당시 3명이었던 카운슬 내 사외이사 수도 이번엔 5명으로 더 늘렸다. 후보군 모집 범위도 예전보다 한층 넓혔다. 처음으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 노동자경영진협의회, 퇴직임원 모임의 추천도 받고, 외국인 CEO 후보도 추천받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에 더해 선임과정 진행 상황을 최대한 외부에 공개해 투명성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포스코의 노력만으로 회장 수난사가 끊어질 지에는 의구심이 적지 않다. 이미 포스코의 회장 선출 제도는 다른 기업에 비해 흠잡을 데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포스코는 그간 반복된 회장 낙마 소동을 겪으며, 선출 때부터 잡음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제도를 계속 업그레이드해 왔다.
포스코는 미국 GE 모델을 본뜬 CEO 승계카운슬을 2013년부터 운영 중이다. 사외이사 중심의 승계카운슬이 후보군을 발굴해 역시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후보추천위원회에 보고하면, 여기서 최종 후보를 정해 이사회에 넘긴다. 이변이 없는 한 최종 후보가 주총을 거쳐 회장으로 확정되는데, 겉보기엔 외부 입김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구조다.
특히 CEO후보추천위는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인 장하성 현 청와대 정책실장의 조언으로 2007년 도입됐다. 역시 외부 입김을 차단할 목적에서였다. 2003년 이구택 당시 회장의 요청으로 포스코 지배구조 개선안을 이끌었던 장하성 실장은 2009년 이구택 회장이 중도 사퇴하자 “포스코 인사 파동은 지배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라며 “권력이 탐욕을 부리면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온다”고 비판했다. 그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들은 집권할 경우 포스코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결국 대통령이 어떤 의지와 철학을 갖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포스코 회장직 정상화를 위해선 우선 임기부터 지켜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권오준 회장이 정말 무엇 때문에 갑자기 그만두는지부터 알아야 비슷한 사태의 반복을 피할 수 있다”며 “석연찮은 사퇴 이후 행여 정권과의 친분을 지렛대로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인사가 없는지 우선 잘 살펴야 하고, 뚜렷한 실책이 없는 한 기본적으로 임기를 보장하는 관행이 정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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