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사거리에서 한 택배 차량 기사가 도로를 향해 굴러오는 유모차를 막아 세운 모습이 포착돼 화제다. 25일 자동차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택배 기사님의 안전 운행 덕분에 소중한 생명이"라는 제목으로 영상 한 편이 공개됐다.
30초짜리 영상을 보면 차들이 도로를 달리는 중 갑자기 유모차 한 대가 도로로 굴러 들어온다. 그때 유모차를 본 파란색 택배 차량은 차를 세워 유모차를 막는다. 이어 한 사람이 유모차를 가지러 온다.
영상을 올린 네티즌은 "유모차를 처음 가져가신 분은 횡단보도에 대기 중인 시민"이라며 "유모차를 놓치신 분은 나이가 있으신 분인데 놀라서 뛰어가다가 넘어져 보도블록에 얼굴을 부딪히셨다"고 설명했다. 그는 "택배 기사님이 교차로 횡단보도에서 서행하고 전방주시 덕분에 큰 화를 피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상 속 택배 차량을 운전한 이는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일대를 담당하는 CJ대한통운 택배 기사 이재황(34)씨다. 이씨는 당시 상황에 관해 "답십리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느라 그쪽을 살피며 오고 있었다. 그때 인도에서 차도 쪽으로 유모차가 점점 빠르게 굴러오는 걸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모차 속 아이 얼굴이 보였다. 저도 너무 놀라 차에서 내려 유모차를 잡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일단 제 차로라도 막아야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제 차 뒤에 다른 차들이 오고 있어서 유모차를 시민들이 가져가는 걸 확인한 후 다시 이동했다"고 덧붙였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평소 안전 운전이 귀중한 생명을 살렸다"며 칭찬하고 있다. 이에 관해 이씨는 "부담스럽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자사 택배 기사들이 '현장 방범 요원'이자 '현장 안전 요원'이라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이 최근 서울지방경찰청과 MOU를 맺고 도로에서 수상한 일을 목격하면 신고를 하거나 도로 위에서 안전 운전을 하자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라며 "평소에도 기사님들이 안전 운전에 대해 교육을 받고 계신다"고 말했다.
사고를 피한 유모차 속 주인공, 유모차 보호자에 대한 이야기는 전해진 바가 없다. 사고를 목격한 네티즌은 한국일보에 "(유모차) 보호자분이 보도블록에 정면으로 심하게 넘어지셔서 얼굴 쪽을 많이 다치셨다. 얼굴 부분 출혈이 많았다"며 "(택배 기사님께) 감사 인사를 나눌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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