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와 충분한 소통으로
감정 섞인 소송 악순환 차단
의료사고 발생시 의료진이 환자와 유족의 아픔에 공감하고 사과하는 경우, 이런 유감 표명에 대해서는 소송시 배상 책임의 근거로 활용할 수 없게 하는 ‘사과법’ 도입을 정부가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26일 ‘제1차 환자안전종합계획(2018~2022년)’을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복지부는 환자 안전사고 발생시 의료진과 환자ㆍ보호자가 보다 원활하게 소통을 할 수 있도록 ‘사과법’ 도입을 추진한다. 사과법은 환자 안전사고에 대해 의료진이 충분한 설명과 위로, 공감, 유감의 표현을 했을 경우, 이를 재판이나 의료분쟁 조정에서 과실 책임 인정의 증거로 쓸 수 없게 하는 내용을 담은 법이다.
지금은 의료진이 피해자 측에 하는 사과가 녹음되어 관련 재판에서 ‘의료진이 과실을 인정했다’는 증거로 쓰일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의료진은 의료사고 발생 시 피해자 측과 만나 소통하기를 꺼리고, 피해자 측은 도의적 사과조차 없는 의료진에 서운함을 느껴 합의보다는 소송 등 강경 대응에 나서는 악순환이 있었다.
사과법을 도입해 의료진이 도의적인 사과를 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 주면, 원활한 소통이 가능해져 의료사고가 원만한 합의로 해결되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복지부는 기대한다. 사과법이 도입되더라도 의료진의 사과만 재판 증거로 쓸 수 없을 뿐, 다른 증거를 활용한 소송 제기는 가능하다. 복지부에 따르면 미국 38개 주(州)가 사과법을 도입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사과법에 대해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도 “의료진 사과만 믿고 의료사고의 증거인 시신을 장례했다가 나중에 의료진이 말을 바꾸면 유족이 난처해지는 부작용 등이 없도록 법을 정교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복지부는 중대한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의료기관이 반드시 보고하도록 의무를 지우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환자 안전사고에 대한 보고 의무가 의료기관 자율에 맡겨져 있어 누락되는 경우가 많았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환자 안전사고가 있었다고 답한 의료기관 188곳(조사대상 의료기관은 207곳) 가운데 안전사고를 보건당국에 보고한 기관은 16.5%(31곳)에 그쳤다. 단 의무보고 대상의 구체적인 범위는 앞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한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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