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터 벤야민 평전
하워드 아일런드 등 지음ㆍ김정아 옮김
글항아리 발행ㆍ936쪽ㆍ4만8,000원
“나를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피레네의 작은 마을에서 나의 삶은 끝납니다.” 운명의 장난으로 자살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발터 벤야민(1892~1940)이 다량의 모르핀을 삼키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아니 남긴 것으로 알려진 메모다. ‘천재적 문필가’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뜻을 제대로 펴보지 못한 채 어처구니 없이 죽었다면 더더욱. 성향 자체도 흠집 많은 ‘강성 공론가’보다 ‘몽상적 반골’, ‘비순응적 좌익 아웃사이더’였으니 한층 더. 벤야민 선집을 만들었던 두 전문가가 구스타프 비네켄을 추종하던 청년운동 시절부터 ‘파사주 작업’을 거쳐 만년의 안겔루스 노부스(Angelus Novusㆍ새로운 천사)에 이르기까지, 벤야민의 전 인생을 추적했다. 벤야민 평전의 완결판이라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벤야민이 누구던가. 스스로 “대인배에게 완성작은 자신의 한 평생 작업이 스며들어 있는 미완성 작품에 비하면 가치가 덜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 책은 다만 벤야민이라는 파사주로 가는 초대장일 뿐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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