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ㆍ남북관계 발전은
사전 조율 통해 상당 부분 합의
북한 비핵화 결론은 짐작 어려워
“뚜렷한 의지 확인 땐 매우 성공적
원론적 문구 합의는 실패로 봐야”
4ㆍ27 남북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세 가지 의제 중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관계 발전에 대해서는 남북이 상당 부분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합의문에 담길지 여부와 표현이 어느 정도 구체적일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26일 “정상회담을 모두 마치게 되면 합의문 서명과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며 “오후 6시 30분부터는 양측 수행원이 참석하는 환영만찬이 평화의집 3층 식당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만찬이 열리기 전에 회담이 종료될 것을 가정하고 일정을 짠 것이다. 이는 남북 간에 이미 의제 관련 사전 조율이 상당 부분 이뤄졌다는 의미다. 정상회담 전 남북 고위급 회담이나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남측 고위급 인사의 방북이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비핵화 의제가 어떤 결론에 이를지는 짐작하기 힘들다. 임 실장도 “비핵화 의지를 양 정상이 직접 어느 수준에서 합의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것을 어떤 표현으로 명문화할 수 있을지가 어려운 대목”이라고 토로했다. “이것(비핵화 합의)이 남북 간 회담에서 전부 완료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더 어렵다”고도 했다.
우리 입장에서 회담 성패의 관건은 비핵화 대상을 특정하고 시기를 한정할 수 있는지 여부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조속히 완료한다’ 정도 표현이 합의문에 들어가는 게 최선이고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합의한다’ 수준의 원론적 문구라면 실패로 평가해야 한다”며 “핵 물질과 핵 시설, 기술력, 핵 폭탄, 투발 수단 등이 모두 대상이라는 뜻의 ‘포괄적’이라는 표현으로 비핵화를 수식한다면 금상첨화”라고 말했다. 임 실장도 이날 취재진에 “(북한의) 뚜렷한 비핵화 의지를 명문화할 수 있다면, 나아가 그것이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의미한다는 것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면 이번 회담이 매우 성공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전협정 체제를 끝내고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자는 데에는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종전(終戰)선언은 남ㆍ북ㆍ미 3자 합의가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을 감안하면 이번 합의문에는 2007년 10ㆍ4선언에 담긴 종전선언 구상을 재확인하거나 평화선언으로 이름을 바꿔 추진한다는 내용 정도가 담길 개연성이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남ㆍ북ㆍ미ㆍ중이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방안에 대한 의지 표명 정도가 합의문에 들어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병력과 중화기를 단계적으로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GP를 철거하는 DMZ 평화지대화나, 휴전선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군사적 대결 종식 같은 군사 긴장 완화 방안이 합의문에 포함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남북관계 발전 의제의 경우 남북 정상회담 정례화나 판문점 등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에 양측 간 의견 접근이 이뤄졌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산가족 상봉이나 사회ㆍ문화 분야 교류에서 성과가 도출될 수도 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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