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아나운서에서 당인리책발전소 책방지기로 변신한 김소영의 일본 책방 탐험기다. 저자의 스토리는 대략 알려진 바대로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크게 공감했다는 이유로 프로그램에서 하차 당하던,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다. 서울 상암동 MBC 어딘가에 내쳐지고 나니 영락없이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와 같은 신세였다. 수용소에 있으니 할 일 없어 회사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그간 못 봤던 책이나 실컷 읽었다. 그렇게 열 달을 ‘상암동 북카페’로 출퇴근하다 사표를 냈다. 일본 서점, 책에 대한 자료를 잔뜩 읽고 도쿄로 건너갔다.
책 자체는 아주 가볍고 즐거운 발걸음이다. 어쨌거나 여행은 그 자체로 해도 좋은데, 말로만 듣던, 좋아하던 일본 서점을 모조리 찾아 다닌다는 묘한 설렘까지 곁들였다. 그냥 다닐 쏘냐. ‘도쿄도서점’에 가는 길엔 진보초의 명물 카레를 즐기기 위해 ‘수마트라 카레 교에이’에 가는 식이다. 통역, 촬영은 부려먹기 딱 좋은 남편 담당이다. 문장마다 슬쩍슬쩍 남편 자랑이 묻어 있는데 어딘가 한 구절에 “(오)상진”이라 딱 한번 적은 적 빼곤 단 한번도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자제력(?)도 선보인다. 가벼운 여행, 달콤한 먹방, 즐거운 책, 은은한 사랑까지, 구색을 잘 갖췄다.
자영업자의 빠질 수 없는 또 하나의 덕목은 자기 자랑. 어떤 책이 잘 나가는가 베스트셀러 집계를 냈더니 그 책들이 대형 인터넷 서점에서 해당 분야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운영이나 될까 싶었는데 남에게 영향을 끼치기까지 한다니, 신기하고도 놀라운 경험이다. 그 덕일까. 한번도 본 적 없지만 ‘마음 속 사부’로 모시고 있었던 일본 유명 북 디렉터 우치누마 신타로가 한국 강연에서 당인리책발전소를 언급했단다. “일본에서도 셀럽이 책방을 연 시도는 아직 없었다”면서 주목하고 있다 했다고.
진작 할 걸 그랬어
김소영 지음
위즈덤하우스 발행ㆍ324쪽ㆍ1만4,800원
그래서 읽어 나가다 보면 자영업자가 겪어야 할 고된 현실은 슬쩍 커튼 뒤로 밀어버린 것 같다. 책 제목이 ‘진작 퇴사할 걸 그랬어’ 또는 ‘진작 책방 할 걸 그랬어’로 읽힐 수도 있겠지만 저자는 “개인적으로는 ‘진작 고민할 걸 그랬어’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아직 마음이 흔들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만만찮은 현실의 벽 앞에서 출렁대고 있음이 느껴지는 문장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여전히 밝다. “사람에게 잘 기대지 않는 성격인 내가 그럼에도 외롭지 않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절망하지 않았던 건 언제나 책이 곁에서 말을 걸어주고 이야기를 들려준 덕분이다.” 책, 책방은 늘 그런 거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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