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5000만원... 한 해 100명 넘어
출산을 위해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를 찾는 러시아 임신부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출산 투어 패키지 상품까지 별도로 있을 정도다. 온화한 기후, 높은 의료수준과 더불어 아기에게 미국 시민권을 선물할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NBC 등에 따르면 러시아 중상류층 가정에서 임신부가 미국 마이애미로 넘어가 출산하는 일이 일종의 유행이 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러시아 산모 또는 아빠가 성조기 위에 아기를 올려 놓은 사진 ▦갓 태어난 아기와 함께 러시아 여권과 미국 여권을 동시에 찍은 사진을 올려 놓은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현지 출산 투어 대행업체인 ‘마이애미마이애미’의 경우 매년 100명 정도의 러시아 고객을 취급하고 있다. 이 중 30%는 재방문이다. 출산을 위해 마이애미로 건너 온 에카테리나 쿠즈네트소바는 “마이애미로 비행기를 타고 왔을 때 나 말고도 임신부가 4~5명 정도 더 있었다”며 “진짜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러시아 임신부 크신야 포포바도 “미국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는데, 임신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남편과 출산하기 좋은 미국 도시들을 검색했고 마이애미를 선택하게 됐다”며 “친구들 중에도 마이애미에서 출산한 애들이 무척 많다”고 말했다.
러시아인들이 몰려들다 보니 마이애미의 서니아일즈비치에는 ‘작은 러시아’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플로리다 부동산중개인협회 로만 보케리아 국장은 “러시아 시장, 러시아 의사, 러시아 변호사 등 없는 게 없다. 러시아인들이 이용하기에 아주 편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임신부들이 마이애미로 몰리는 건 추운 러시아와 달리 겨울에도 지내기 편한 날씨, 수준 높은 의료체제 등의 이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아기에게 미국 시민권을 줄 수 있어서다. 미국 수정헌법 제14조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출생한 모든 사람은 미국 시민권을 갖는다. 올레시아 레쉬토바는 “미국 여권은 아기에게 큰 이점을 준다”며 “나중에 내 딸이 어떤 선택을 할 진 모르지만, 그녀의 선택을 위해 지금 내가 돈을 쓸 수 있다면 쓰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비용은 평균 3개월에 4만~5만달러(약 4,300만~5,400만원) 가량이 든다. 이런 이유로 러시아에서는 마이애미에서 태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높은 사회적 신분을 상징하는 일로 통한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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