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금강산 그린 신장식씨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 작품
“백두대간 에너지와 민족의 힘
푸른색 많이 사용해서 살려내”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평화의집 2층 회담장에는 신장식 작가가 그린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이 걸린다. 가로 6m 81㎝, 세로 1m 81㎝에 달하는 대형 그림으로, 푸른색을 이용해 금강산의 장엄함을 담은 작품이다.
26일 한국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신 작가는 "(그림이) 정상회담장에 걸린다는 사실을 어제 알았다”면서 “25년간 꾸준히 금강산을 그려온 사람으로서 매우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으로부터 ‘금강산 그림이 있느냐’는 문의가 왔다. 마침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을 제가 소장하고 있어서 (그림이 있다는 걸) 확인 해줬다”며 “평화의집에 그림이 걸린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워낙 큰 그림이라 회담장 로비에 걸릴 줄 알았다”며 웃었다.
상팔담은 금강산 옥류동 계곡을 올라가면 나오는 구룡폭포 위 8개의 소(沼)를 이른다. 금강산 절경 중에서도 절경으로, 작가는 “상팔담에 오르면 금강산의 장엄한 풍경을 270도 파노라마로 볼 수 있다”며 “백두대간의 에너지, 민족의 힘이 느껴지는 풍경으로, 그 느낌을 살리기 위해 푸른 색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1988년 서울올림픽 미술조감독을 맡으며 전통적인 아름다움에 관심을 두게 됐다. 처음 금강산을 그린 것은 1992년. 금강산을 가볼 수 없으니 일본 작가가 촬영한 사진을 보고 연구해 그렸다. 1998년 정주영 현대그룹회장이 소 떼를 몰고 방북하면서 작가에게도 직접 금강산을 볼 기회가 생겼다. 작가는 “1998년을 시작으로 2008년까지 열 번 가량 북한을 오갔다”며 “이때 사진을 찍고 스케치한 것들을 바탕으로 이후 작품들을 그렸다”고 밝혔다.
작가는 금강산을 “한국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테마”라고 강조했다. “겸재 정선부터 민화까지 금강산은 늘 우리의 그림에 등장해왔습니다. 그러나 남북이 갈라진 뒤로는 직접 가볼 수 없으니 그리는 작가가 줄어들 수 밖에 없었죠. 저 개인적으로는 휴전선을 아리랑 고개라 생각하고, 아리랑 고개를 넘는다는 심정으로 금강산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마침 남북이 평화를 이야기하는 정상회담에 이 그림이 걸린다니 감격스러울 따름입니다.”
작가는 "금강산의 높은 기상과 평화로운 에너지를 받아 한반도에 평화가 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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