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열차까지 편성해 시신 후송
평양역 직접 나가… “대책 세울 것”
北지도부 “中동지들에 깊이 속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내 교통사고로 숨진 중국인 관광객(遊客ㆍ유커) 시신 송환을 위해 전용열차까지 내주고 평양역에 직접 나가 배웅했다. “책임을 통절히 느끼고 있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회복세인 북중관계에 이번 사고가 악재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성의를 보이는 모습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6일 “김정은 동지께서는 4월 25일 밤 평양역에 나가시어 비극적인 교통사고로 사망한 중국인들의 시신과 부상자들을 후송하는 전용열차를 떠나 보내셨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최고 영도자(김정은) 동지께서는 중국인들의 시신과 부상자들을 빠른 시간 안에 중국 국내로 후송하였으면 한다는 중국 동지들의 제기를 받으시고 전용열차를 편성하도록 하셨으며 당과 정부의 책임간부들과 실무일꾼, 의료일꾼들이 동행하여 후송사업을 책임적으로 보장하도록 조치를 취하셨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평양역에서 시신 운반 준비 상태를 돌아보고 열차에 올라 부상자들을 위로했으며, 리진쥔(李進軍) 주북 중국대사를 만나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와 사과의 뜻을 표했다. 특히 그는 자신과 북한의 당ㆍ정부가 이번 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절히 느끼고 있다”며 “그 어떤 말과 위로나 보상으로도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아픔을 달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해 중국 동지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중대 사고 조사와 처리를 엄격히 하며 앞으로 이와 같은 사고의 재발을 철저히 막기 위한 강력한 대책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최고 지도부가 국내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절히 느낀다”거나 “속죄한다”는 표현을 공개적으로 쓰며 책임을 인정한 건 극히 이례적이다. 이날 중국인들의 시신을 전송하는 자리에는 박봉주 내각 총리를 비롯한 당ㆍ정 간부들도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 측에 위문 전문(電文)과 위문금도 전달했다. 통신에 따르면 전문은 김 위원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 총리가 카운터 파트들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에게 공동으로 보내는 형식이다.
이들 북한 지도부는 전문에서 “황해북도 봉산군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교통사고로 많은 중국 관광객들이 사망한 것과 관련하여 중국 공산당과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전체 중국 인민과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가장 심심한 애도와 사과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동지들에게 그 어떤 말과 위로나 보상으로도 가실 수 없는 아픔을 준 데 대하여 깊이 속죄한다”고 밝혔다.
앞서 22일 저녁 황해북도에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 등이 탄 버스가 전복돼 중국인 32명 북한 주민 4명이 사망하고 중국인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사고 다음 날 새벽에 바로 주(駐)북한 중국 대사관을 방문해 시 주석과 중국 공산당ㆍ정부, 피해자 유족들을 위로하고 “후속 조치들을 최대의 성의를 다하여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번 사고 피해자의 대부분이 중국 좌파 웹사이트인 ‘우여우즈샹’(烏有之鄕ㆍ유토피아) 편집인 디아오 웨이밍을 포함한 좌파 성향 학자들로 파악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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