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가을이 왔다’ 공연 제안
남북 문화예술 왕래 확대 가능성
비핵화 의제에 밀린 경협은
성과 못 내도 의제로 다룰 듯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 3대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 군사적 긴장 완화를 포함한 항구적 평화 정착, 남북관계의 담대한 진전이다. 이번 회담이 북미 정상회담 사전정지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일단 앞선 두 의제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대북제재 하에 남북교류를 논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 당사자로서 남북관계를 북미관계 종속변수로 만들지 않기 위해선 당장 실행가능한 교류협력 방안 합의는 필수적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이 독립변수가 돼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지만, 북미관계에 따라 남북관계가 롤러코스터를 타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판문점 회담 정례화하나
정부는 작은 오해나 실수에도 대화 관계가 깨어질 수 있다며 남북관계를 ‘유리그릇’에 비유하고 있다. 회담장에서 이견만 확인하고 돌아설 수 있고, 합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암초를 만날 수도 있다. 그러나 상시적 대화로 쌓인 신뢰는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이런 인식에서 남북 회담 정례화를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린다는 생각이다. 판문점이 회담장소로 낙점된 건 그래서 의미가 크다. 의전과 행사를 생략하고 의제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성이 입증되면 회담 정례화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구체적인 문제로 들어갈수록 남북 간 협상이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화의 동력을 계속 유지해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설치를 북측에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 관계자가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며 수시로 소통함으로써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산가족상봉
이산가족상봉 행사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시작했다. 세 번째 정상회담이 열리는 현재까지 20차례 걸쳐 총 2만3,676명이 휴전선 너머 가족을 만났다. 그러나 행사는 남북관계 경색과 함께 축소되기 시작해 2015년 10월부로 끊겼다. 이산가족상봉 신청자 중 절반 이상이 사망하고, 생존자 대다수가 70대 이상 고령인 만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베를린 구상 발표 이후 이산상봉 행사 재개를 수차례 제안했으나 북한은 2016년 중국 내 북한식당에서 일하다 집단 탈북한 여종업원 송환을 조건으로 내걸며 응하지 않았다. 1월 9일 남북 고위급회담 공동보도문에도 관련 사안이 담기지 않았다. 그러나 한반도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북측이 전향적 태도를 보일 것이란 기대감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문화예술 교류방안도 논의할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달 초 평양에서 공연한 남측 예술단에게 “가을에는 남측에서 ‘가을이 왔다’ 공연을 하자”고 제안한 만큼, 긍정적 결과물을 낼 가능성이 크다.
경협, 성과물 도출 어려워도 논의는 할 듯
현재로선 남북 모두 비핵화 의제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제재 흐름과 위배될 수 있는 남북 경제협력은 후순위로 밀리는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경제 문제가 별도로 의제화되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2000년, 2007년 회담에서와 달리 경제부처 수장이 공식수행원 명단에서 빠진 것도 그래서다.
다만 남북 모두 경협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대화 의제로 오를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신경제공동체 구현’을 한반도정책 3대 목표로 세웠고 북한도 최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 발전에 주력하는 새로운 전략을 채택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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