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대표팀 ‘부상 주의보’
미드필더 구자철 왼쪽 무릎 다쳐
치료 위해 독일서 조기귀국 준비
지난 대회 교체 악몽 되풀이될라
김진수 평가전 부상 재활 안간힘
이동국·황선홍도 청천벽력 전례
“마음 쫓겨 무리한 훈련 말아야”
몇 년 전 이동국(39ㆍ전북) 아버지 이길남씨를 만났을 때다. 이씨는 2002년 한일월드컵 탈락,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실패, 2010년 남아공월드컵 우루과이와 16강전 때 성공하지 못한 단독 찬스 등 누구보다 굴곡진 아들의 축구 인생을 비교적 담담하게 풀어냈다. 그러나 이동국이 2006년 십자인대가 끊어져 독일월드컵 출전이 좌절된 일을 말할 때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월드컵 참가의 꿈이 이뤄지기 직전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무산될 경우 선수들의 좌절감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50일 가량 앞두고도 어김없이 ‘부상주의보’가 발령됐다. 대표팀 미드필더 구자철(29ㆍ아우크스부르크)은 지난 23일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경기에서 왼쪽 무릎을 다쳐 교체됐다. 그는 남은 시즌을 뛰지 않고 한국에서 치료받으며 월드컵을 준비하고 싶다고 구단에 요청했고 허락을 받아 조기 귀국한다. 이에 앞서 대표팀 왼쪽 수비수 김진수(26ㆍ전북)도 지난 달 25일 북아일랜드와 평가전에서 왼쪽 무릎 부상을 당했다. 그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때도 최종 명단에 포함됐지만 발목 부상이 낫지 않아 개막을 보름 앞두고 박주호(31ㆍ울산)와 교체된 아픈 기억이 있다. 김진수는 현재 일본에서 전문의 도움을 받아 재활 중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구자철과 김진수는 당장 월드컵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다음 달 14일 명단 발표, 21일 대표팀 소집을 앞둔 신태용(49) 축구대표팀 감독은 부상 선수들을 최종 멤버에 포함시켜야 할지를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부상 잔혹사’는 월드컵 때마다 되풀이된다. 황선홍(50) 서울 감독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직전 마지막 평가전이었던 중국과 경기에서 무릎을 다쳤다.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차범근(65) 전 감독은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그를 프랑스로 데려갔으나 결국 1분도 못 뛰고 돌아왔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는 수비수 곽태휘(37ㆍ서울)가 평가전에서 다쳐 목발을 짚고 귀국했다.
국가대표 주치의로 17년 간 일한 나영무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부위원장(솔병원 대표원장)은 “월드컵이 다가오면 선수는 몸도 마음도 쫓긴다.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훈련한다. 하지만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의 몸은 단계와 적응이 필요하다. 겨울에서 곧바로 여름이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평소 훈련량과 강도에서 10% 이상 무리하면 몸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월드컵을 눈앞에 두고 부상에 울었던 황선홍 감독과 이동국, 곽태휘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있다. 셋 다 오뚝이처럼 일어나 4년 뒤 기어이 ‘꿈의 무대’를 밟았다. 황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폴란드전에서 한국의 첫 골을 터뜨리며 4강 신화의 발판을 놨다. 이동국과 곽태휘도 바로 다음 대회인 2010년 남아공, 2014년 브라질월드컵 최종 명단에 당당히 포함됐다. 4년 전에 이어 이번에 또 다시 부상 불운이 덮친 김진수는 3명의 선배를 보며 러시아행 의지를 다시 굳게 다지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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