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댓글 시차 10초→60초
공감 비공감 하루 50개로 제한
“여러 아이디ㆍIP 쓰는 매크로
기술적 우회 가능해 미봉책”
네이버가 25일 발표한 댓글 개편안은 ‘제2의 드루킹’을 막을 수 없는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발표된 1차 댓글 시스템 개편안의 골자는 ‘한 계정당 달 수 있는 댓글 수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한 계정으로 기사 하나당 작성 가능한 댓글 개수를 기존 20개에서 3개로 대폭 줄이고, 연속 댓글을 달 때는 시차를 기존 10초에서 60초로 확대했다. 무제한으로 클릭할 수 있었던 공감 및 비공감 숫자도 24시간 내 50개로 제한했다. 한 사람이 기사에 똑같은 내용을 계속해서 붙여넣거나 특정 의견에만 공감을 눌러 댓글 창 위쪽에 뜨도록 하는 행태를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5월 중에는 현재 ‘공감순’으로 정렬되도록 한 댓글을 ‘시간순’이나 ‘랜덤’으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는 조직적으로 댓글 조작을 하는 행위는 근절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드루킹처럼 2,000여개 아이디를 가지고 댓글 전쟁에 뛰어드는 사람은 막을 수가 없는 정책”이라며 “여론 조작을 위한 아이디 거래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대포폰을 이용한 아이디 생성이 쉬운 상황에서 계정당 댓글 수 제한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드루킹 사건 핵심 인물 박모(30ㆍ필명 서유기)씨는 최근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 “네이버가 회원들에게 1인당 아이디를 무한정 보유할 수 있게 함으로써 여론 조작 여지를 제공했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개선안은 반복적으로 공감을 누르는 방식으로 여론을 조작하는 ‘매크로’ 프로그램도 완벽히 막을 수 없다. 예를 들어 10초에 한 번 작동하도록 설정된 매크로 간격을 60초로 바꾸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매크로의 기술적인 우회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면서 “애초에 여러 아이디와 인터넷주소(IP)를 돌려가며 작동하는 매크로 작동은 차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드루킹이 속해 있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이 사용한 매크로 프로그램은 첫 번째 아이디에 로그인해 특정 댓글에 ‘공감’을 클릭하면 두 번째 아이디부터는 자동으로 해당 댓글에 공감이 클릭 되는 방식으로, 한 아이디에 시간제한을 두는 방식으로는 막을 수 없다.
지난 6년간 네이버가 내놓은 방패를 ‘댓글 조작단’의 창이 번번이 뚫어온 것을 고려하면 네이버의 댓글 조작 행위 근절 의지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네이버는 2012년 한 개 아이디로 24시간 동안 달 수 있는 댓글을 20개로 제한하는 등 이번과 비슷한 대책을 내놨고, 지난해에는 동일한 IP가 여러 개 아이디로 로그인하는 경우 사람과 컴퓨터를 구분해내는 기술을 적용했다. 그러나 2013년에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이, 올해는 드루킹 사건이 터지면서 그간의 댓글 정책이 여론 조작 방지에 무용지물이었음이 드러났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웃링크 방식을 채택한다거나, 매크로가 아예 먹히지 않도록 하는 기술적인 대안이 나왔어야 한다”면서 “네이버가 스스로 공정하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댓글 플랫폼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은 같은 댓글을 여러 차례 작성하는 아이디는 24시간 동안 댓글 작성을 못 하게 하는 등 네이버보다 강력한 조치를 대안으로 발표했다. 다음을 서비스하는 카카오 관계자는 “이미 이달 중순부터 동일한 댓글을 반복해 작성하는 계정은 2시간 동안 글을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순차적으로 댓글 작성 금지 기간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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