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회의ㆍ청와대 홈페이지에
시민단체ㆍ학부모 등 상반된 의견 봇물
개편안 발표 후에도 갈등 지속 우려
25일 오후 2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 서울교사노조와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등 23개 교육단체 회원 20여명이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정시 수능전형 확대 반대’를 주장하는 공동기자회견을 열자, 한 켠에서 또 다른 기자회견을 준비하던 시민단체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소속 학부모 10여명이 거세게 항의하며 피켓을 들어올렸다. 피켓 속 문구는 ‘수능 전 과목 상대평가, 정시 확대’. 23개 단체의 요구사항과 정반대 내용이었다. 청사 앞은 “대입 제도는 정치가 아닌 교육논리를 따라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의 현실을 알기나 하는 것이냐” 등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을 내는 참석자들의 목소리로 뒤엉켰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2022학년도 대입 개편 권고안 마련에 착수하면서 교육계 안팎의 여론전이 벌써부터 뜨거워지고 있다. TV토론회, 온라인 의견 수렴 등 공론 절차를 통해 개편안을 만들겠다고 한데다, 권고안을 발표하는 8월초까지 고작 3개월 남짓 짧은 시간만이 주어진 만큼 적극적으로 여론전을 펴는 쪽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이다. 벌써부터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개편안 마련 전후로는 갈등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국가교육회의에 따르면 최근 출범한 ‘대학제도 개편 특별위원회(대입특위)’는 26일 오후 1차 회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공론화 절차에 돌입한다. 대입특위는 5월까지 수집된 의견과 교육부가 보내온 개편시안을 바탕으로 공론화 범위를 설정한다. 이후에도 ‘의제 선정(6월)→권역별 토론회(6, 7월)→국민참여형 공론화 실행(7월ㆍ이상 공론화위원회 담당)→권고안 발표(8월초ㆍ대입특위) →개편안 발표(8월말ㆍ교육부)’까지 과정이 숨가쁘게 이어진다.
교육단체들은 뒤질세라 앞다퉈 요구 사항을 쏟아내고 있다. 23개 단체는 이날 “일각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축소, 정시 확대를 외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지만, 이는 수능 과목 위주의 암기ㆍ문제풀이식 수업으로 회귀하자는 의미와 다름없다”며 “개편안은 학교 정상화와 교육 혁신에 기여하도록 재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종은 불공정성을 제거한 뒤 유지ㆍ발전시켜야 하고, 수ㆍ정시 통합은 수능 영향력 확대의 부정적 요소를 해소한 뒤에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반대로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은 “지나치게 낮은 정시 비율로 내신이 좋지 않은 재학생과 대입에 재도전하는 재수생은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고, 학생부 신뢰도는 점차 훼손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배 대표는 “정시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며 “수시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 폐지 방침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권고안에 담겨야 하는 주요 사안으로 ▦정시 확대를 기반으로 한 수ㆍ정시 통합 ▦수학 가형에 기하 포함 등을 제시했다.
학생ㆍ학부모들도 다양한 공론장을 활용해 여론전에 가세하고 있다. 이날 낮까지 국가교육회의 홈페이지 내 ‘대입 개편 주제토론방’에 접수된 의견 글은 300개를 넘어섰다. 자신을 40대 초등학교 학부모라 밝힌 한 작성자는 “(점수에 따라) ’한 줄 세우기’하는 교육은 미래가 없다. 학종 유지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또 다른 40대 고등학교 학부모는 “학종 중심의 대입에서 고등학생들은 그야말로 ‘내신지옥’에 산다. 시험 후에라도 여유를 갖고 싶지만 밀린 봉사에 독서를 해야 한다. 학종 축소, 정시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학종 및 정시 비중,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등 국가교육회의가 다루게 될 쟁점 사안들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의견을 담은 글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벌써부터 다양한 여론이 동시다발적으로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갈등은 점점 더 격화될 공산이 커 보인다. 특히 국가교육회의가 어떤 결론을 내놓더라도 상대편에서 수긍하지 않으면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대입 당사자인 학생, 학부모뿐만 아니라 각종 시민단체까지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혼란만 거듭할까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개편안 마련까지 예상보다 더 큰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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