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정부 고위관계자 인용
폼페이오,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의
북미 정상회담 앞두고 주한대사 공백 메우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주(駐) 호주 대사로 지명된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을 장기간 공석인 주한 대사로 변경해 지명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통신은 또 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지명자가 해리스 사령관에게 주한 대사를 맡아달라고 직접 요청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요 직책인 주한 대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서둘러 인선 작업에 나선 것이다.
백악관 관계자도 보도 이후 이를 확인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폼페이오 지명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리스 사령관의 주한대사 지명을 건의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재가가 나면 지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 2월 호주대사에 지명된 해리스 사령관은 당초 이날 상원 외교위의 인준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밤 갑작스럽게 청문회 취소를 요청해 외교위가 받아들였다.
폼페이오 지명자는 최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주한 대사 및 다른 주요 자리의 공석을 채우는 데 즉각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며 “미국의 외교 임무를 수행하는 데 가장 적합한 인물을 찾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주 호주 대사로 이미 지명된 인사를 주한 대사로 변경하는 것은 이례적인 경우로 북미 정상회담의 시급성과 중요성 때문에 현직 4성 제독인 거물급 인사를 긴급 투입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한 미국 대사는 지난해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계속 공석 상태로 마크 내퍼 대사대리가 임무를 대행하고 있다.
해리스 사령관은 일본계 모친과 일본 요코스카 미군 기지에서 해군 중사로 복무한 부친을 둔 보수 성향 인사로, 2015년 주한미군 사령부를 휘하에 둔 태평양사령관에 취임했다. 그는 특히 중국의 팽창 정책에 강경한 입장을 취해온 인사여서 그를 비난해온 중국이 우려의 시선을 보낼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해리스 사령관은 남중국해에 암석과 암초 등을 매립해온 중국을 향해 ‘모래 만리장성’을 쌓고 있다고 비난했고, 이후 중국 언론은 일본계인 해리스 사령관이 일본 편을 든다고 비판을 해왔다.
반면 호주 정부로서는 당혹스러운 입장이 됐다. 전 호주 정부의 국가안보 보좌관이었던 앤드류 쉬어는 로이터통신에 “해리스 장관은 호주에 잘 알려져 있고 매우 존경 받는 인사인데 호주에는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며 “그렇긴 하지만, 북핵 문제의 시급성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으며 호주는 이를 감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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