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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억대 휴대폰 사기범, 3년간 꽁꽁 숨어있다 ‘배달음식’에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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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억대 휴대폰 사기범, 3년간 꽁꽁 숨어있다 ‘배달음식’에 덜미

입력
2018.04.24 20: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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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대리점에 진열된 휴대폰들. 연합뉴스
휴대폰 대리점에 진열된 휴대폰들. 연합뉴스

지난 7일 밤, 경기 구리시 한 빌라에서 20대 후반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근에서 잠복하던 경찰들이 김씨를 잽싸게 덮쳤다. 1억8,000만원 규모의 휴대폰 사기를 저지르고 잠적했던 김씨가 3년2개월 만에 검거되는 순간이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9일 사기 혐의로 김모(28)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2013년 중랑구 신내동에서 친구와 함께 휴대폰대리점을 운영하던 김씨는 “휴대폰 개통 후 분실보험에 가입, 3개월 뒤 거짓으로 분실 신고를 하면 보험금과 기계 판 값을 챙길 수 있는데 이를 나눠주겠다”라며 고객들에게 휴대폰 개통을 부추겼다. 이는 고객들을 속이기 위한 미끼였을 뿐, 김씨는 휴대폰 보험에 가입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멀쩡한 휴대폰을 분실 신고한 뒤 공(空)기계로 만들어 해외에 팔아 넘겼다. 대당 최대 110만원에 달하는 고가 휴대폰을 팔면 김씨 손에 60만원 정도가 떨어졌다.

김씨는 모집책 14명을 두고 고객 1인당 10만~20만원을 수수료로 주기도 했다. 당시 인근 대학에 다니던 대학생들을 비롯, 90명 명의로 개통된 총 222대의 휴대폰이 범행에 이용됐다. 한 사람 명의로 여러 통신사에서 휴대폰을 개통할 수 있기에 피해가 컸다.

보험금과 휴대폰을 돌려주겠다던 김씨가 연락이 없을 뿐만 아니라, 수백 만원에 달하는 휴대폰할부금고지서가 날아오자 이를 수상하게 여긴 피해자들의 신고로 김씨 범행은 발각됐다. 경찰은 2015년 10월 수사에 착수, 구속영장을 발부 받았지만 김씨가 달아나는 바람에 못 잡았다.

3년 뒤 첩보를 통해 김씨가 제주에 은신 중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지만 휴대폰이 자주 꺼져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경기 구리시에서 김씨 위치가 포착됐다. 경찰은 인근 배달음식점에서 김씨 연락처로 배달된 곳이 있는지 추적에 나서 잠복한 끝에 애인 집에 은신 중이던 김씨 검거에 성공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에 응한 90명 외에도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가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모집책 14명도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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