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해소ㆍ고용 창출 효과 미미
보편적 복지정책 논란 재점화
2년 실험으로 끝… 연말까진 지급
핀란드가 국가 단위로는 세계 최초로 시도했던 ‘기본소득제’ 실험을 중단한다. 사실상 이 제도의 확대 실시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빈곤 해소와 취업 촉진을 기치로 내건 야심 찬 도전이 흐지부지되면서 보편적 복지 정책인 기본소득제를 둘러싼 지구촌의 찬반 논란이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핀란드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시범 실시키로 한 기본소득 지급을 더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외신은 핀란드 정부가 최근 기본소득보장제 시행 부처인 사회보장국(KELA)이 대상자 확대를 위해 요청한 예산 증액 요구를 거절하고 기존 대상자들에 대한 지급도 올해로 모두 마치기로 했다고 전했다.
국가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지급하는 기본소득은 처음 논의된 18세기 이후 지나친 이상주의로 치부돼 왔지만 최근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우려가 커지면서 새로운 복지정책의 대안으로 주목받아 왔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적극 지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시는 기본소득 개념과 유사한 청년수당(청년활동지원사업) 제도를 시행 중이다.
핀란드는 실업률이 9.2%까지 치솟은 지난해 1월 2년 기한으로 25~58세 실직자 2,000명을 임의로 선정해 아무 제한이나 조건 없이 2년간 매월 560유로(약 74만원)씩 지급하는 기본소득보장제를 시범 도입했다. 이 제도로 실업 감소와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한 핀란드 정부는 시범 사업 성과에 따라 사업을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할 계획까지 세웠다. 취업 여부에 관계없이 고정된 기본소득을 계속 받을 수 있으면 실업자들이 저임금 일자리도 마다하지 않아 결국 실업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핀란드 정부는 기본소득제 실험 결과를 내년 중 정리해 공개할 예정이나 KELA의 예산 증액 요구를 거절함으로써 이미 이 제도 효과를 입증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 됐다. 기본소득 입안에 참여한 KELA의 올리 칸가스는 핀란드 공영방송 YLE에 “이러한 큰 실험에서 폭넓은 결론을 이끌어 내기에 2년은 너무 짧은 시간”이라며 “추가로 예산과 시간을 들여야 믿을 만한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핀란드 정부의 기본소득제 도입 초기부터 노동의욕 감퇴, 재원 마련 등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핀란드는 선별 복지로의 전환도 고려 중이다. 페테리 오르포는 핀란드 재무장관은 지난달 현지 매체 HBL과의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제 실험이 끝나면 소득에 따라 복지 혜택을 달리하는 영국의 ‘유니버설 크레딧’과 유사한 대안 복지제도의 도입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12월 핀란드 의회는 실업자의 취업 의욕을 높이기 위해 3개월간 최소 18시간의 직업 훈련ㆍ근로 조건을 충족할 때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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