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태균/사진=OSEN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한화 김태균(36)의 부진이 길어진다. 상승세가 꺾인 한화의 한숨도 깊어진다.
김태균은 '꾸준한' 선수다.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타율 3할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2003년부터 매 시즌 두 자릿수 홈런도 기록 중이다. 뛰어난 선구안으로 찬스를 만드는 능력도 돋보이는 타자다.
그러나 올 시즌 김태균은 예년의 모습과 다르다. 11경기에서 타율 0.279, 1홈런 4타점에 그치고 있다. 그의 장점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지난해 86경기 연속 출루 신기록을 달성하는 등 '출루의 신'으로 불리는 김태균이지만 올해 출루율은 0.295에 머문다. 44차례 타석에 서는 동안 볼넷을 하나도 골라내지 못했다. 대신 삼진만 11번을 당했다. 그렇다고 장타가 늘어난 것도 아니다. 올 시즌 때려낸 12개의 안타 중 장타는 2루타와 홈런 각각 1개씩이다. 타순의 연결 고리 역할도, 거포 노릇도 소화하지 못하는 셈이다.
부동의 4번 타자였지만 중심타자 자리도 내줬다. 손목 부상으로 지난 1일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김태균은 19일 1군에 복귀한 뒤부터 6번 타자로 선발 출전하고 있다. 4번은 외국인 타자 호잉(28)이, 5번은 이성열(34)이 선다. 한용덕(53) 한화 감독은 "김태균이 6~7번을 치면 시너지 효과가 커질 것이다. 활용도도 다양해질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김태균이 살아나가지 못하면서 이렇다 할 성과도 내지 못하고 있다. 김태균은 복귀 후 4경기에서 15타수 3안타(타율 0.200) 1홈런을 기록 중이다.
김태균의 부진과 팀의 하락세가 맞물린다는 점은 더 큰 고민이다. 김태균이 부상으로 빠진 사이 팀은 9승8패(승률 0.529)를 올리며 선전했다. 단독 3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김태균이 합류하면 타선이 강화돼 상승세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김태균이 돌아온 후 팀은 하락세를 걷는 중이다. 한화는 18일 두산전부터 22일 넥센전까지 5연패의 늪에 빠졌다.
김태균과 동갑내기인 롯데 4번 타자 이대호(36)가 개막 후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가 극적인 반전을 선보이며 팀을 이끌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이대호는 3월까지 타율 0.214, 1홈런 3타점에 머무는 등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의 부진과 함께 팀도 개막 7연패에 빠지는 등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이대호는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583(36타수 21안타) 6홈런 16타점으로 폭발하면서 다시 타선의 중심을 잡고 있다. 롯데는 최근 10경기에서 6승4패를 거두며 꼴찌 탈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결국 '해줘야 할 선수'가 자기 몫을 다해야 팀이 살아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김태균이 살아나면 상대 투수들에게는 한화 하위타선과의 승부도 부담스러워진다. 언제든 한 방을 때려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데다, 출루로 타순을 이어주는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김태균의 존재감은 그만큼 묵직하다. 한화가 재도약을 위해 김태균의 부활을 간절히 기다리는 이유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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