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핀 꽃’ 한화 내야수… 타점 2위 등 공격 전 부문 상위권
한화 송광민(35)은 프로야구에서 사연 많은 선수 중 한 명이다. 2006년 동국대를 졸업하고 한화 유니폼을 입을 때 천부적인 재능을 갖춘 내야수로 평가 받았다. 2009년 1군 116경기에서 14홈런을 치며 두각을 나타냈고, 이듬해 이범호(KIA)의 일본프로야구 진출로 공백이 생긴 주전 3루수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2010시즌이 한창인 7월 입대 영장을 받았다. 시즌 후 군 복무를 생각했던 그는 나이가 꽉 차 선택의 여지 없이 훈련소로 향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를 마친 2013년 7월 그라운드에 다시 돌아온 송광민은 문득 충남 서산 바닷가에서 봤던 파도를 언급했다.
“뒤에 있는 파도가 밀려오면서 앞에 파도를 밀어내잖아요. 그걸 보고 ‘나는 저 뒤에 있는 파도, 1군 선수들은 앞에 있는 파도다. 앞 파도를 잡으려면 열심히 달리는 수밖에 없구나’라고 결심했죠.”
파도 발언 이후 5년의 시간이 흘렀다. 지금은 어디쯤 와 있는 파도일지 궁금했다. 22일 대전 넥센전에 앞서 만난 송광민은 “이제 딱 앞에 있는 파도를 잡기 직전인데, 여기에서 방심하면 또 뒤에 오는 파도에 잡힐 위치”라며 “뒤에 있는 파도에 잡히면 받아들이고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2014년 처음으로 100경기 이상을 뛰며 3할 타율(0.306)을 찍은 송광민은 2016년(타율 0.325 17홈런 83타점)과 2017년(타율 0.327 13홈런 75타점)에도 활약을 이어갔다. 뒤늦게 꽃을 피운 그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취득을 앞둔 이번 시즌 23경기에서 타율 5위(0.385), 타점 2위(26타점), 득점 4위(21득점), 최다 안타 공동 3위(35개), 2루타 공동 1위(9개) 등 공격 전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등 초반부터 무서운 타격 감을 뽐내고 있다.
하지만 송광민의 마음은 무겁다. 시즌 전 약체 평가를 딛고 팀이 단독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가 최근 5연패에 빠져 7위(11승13패)로 내려앉았다. 송광민은 “초반부터 이기는 경기를 생각보다 많이 했고, 솔직히 욕심도 생겼다. 하지만 연패를 할 때 잡을 수 있는 2경기를 놓쳐 분해서 밤에 잠이 안 왔다. 종이 한 장 차이에 승부가 갈렸는데, 한 장이 밀리니까 안 되더라”고 아쉬워했다.
주장 최진행의 2군행으로 임시 주장을 맡은 만큼 후배들을 다독여 다시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또 ‘파도론’을 한번 더 강조하면서 후배들이 선배들을 뛰어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희망했다. 송광민은 “아직 우리 팀은 앞에 가는 파도를 잡는 데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며 “후배들이 김태균, 정근우, 이용규 등을 따라잡으면 팀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개인 타이틀 욕심이나, FA 관련 생각 등을 모두 내려놓은 그는 “지금 개인 성적이 좋다고 하지만 큰 의미는 없다. 초반에 좋았던 팀 분위기의 영향을 받아 나 또한 좋은 타격 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늦게 핀 꽃’이라는 표현에 대해 “늦게라도 펴서 다행”이라며 “늦게 폈으니까 이 꽃을 아름답게 지킬 수 있도록 더욱 분발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전=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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