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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로 해외로… 여전히 불안한 수학여행

입력
2018.04.24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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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초중고 세월호 참사 이후

수학여행 참가율 40→69%

제주도가 37%로 가장 많아

학부모, 안전 문제 걱정에

경비만 수십만원대 속앓이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수학여행 다들 보내시나요? 안 보내면 극성스러운 엄마가 되는 것 같고, 보내자니 벌써부터 불안합니다.”

4월 수학여행 시즌을 맞아 학생들이 전국 여행지로 속속 떠나면서 학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안전 관리가 상대적으로 쉬운 가까운 여행지 외에 항공과 선박 등을 이용해야 하는 제주ㆍ해외행을 택하는 학교가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주머니 사정이 녹록하지 않은 일부 학부모들은 수십만원에 달하는 경비를 두고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23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 지역 초ㆍ중ㆍ고교 및 특수학교 1,361곳 중 올해 수학여행을 다녀왔거나 갈 예정인 학교는 935개교(68.7%)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한 때 40%대로 급감했던 수학여행 참가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진 결과다. 특히 올해 서울 지역 학교들이 선택한 여행지로는 제주도가 348개교(37.2%)로 가장 많았고, 강원권 308개교(32.9%), 영남권 55개교(5.9%), 호남권 48개교(5.1%), 충청권 43개교(4.6%), 수도권 15개교(1.6%)였다. 해외로 가는 학교도 15개교나 된다.

일부 학부모들은 제주ㆍ해외행 수학여행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개별 학생의 안전관리가 쉽지 않은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우려는 상당하다. 올해 제주ㆍ해외로 수학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서울 지역 초등학교는 103개(제주 94곳ㆍ해외 9곳)나 되는 상황. 서울 초5 학부모 김주연(48ㆍ가명)씨는 “학부모 투표로 여행지를 고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반대했던 제주로 정해졌다고 안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강원권만 해도 마음이 크게 불편하진 않을 텐데, 관리가 쉽지 않은 초등학생들을 굳이 제주나 해외로 데려가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교육당국은 이 같은 문제점을 파악하고 150명 미만의 소규모ㆍ테마형 수학여행을 장려하고 50명 당 1인 이상의 안전요원을 확보하라고 지침을 내리고 있으나, 이마저도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이다. 여행 관련 국가자격인 국내여행안내사나 숲길체험지도사, 청소년지도사 등도 대한적십자사의 14시간 연수만 들으면 안전요원으로 배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학교는 안전요원 섭외ㆍ비용 문제 때문에 일반 교사들에게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12시간짜리 수학여행 안전 연수를 받게 하고 안전요원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서울 초6 학부모 연모(43)씨는 “이번 주 아들이 제주로 수학여행을 가는데 안전요원은 야간 숙소에서만 남학생 담당 1명, 여학생 담당 1명 정도 배치되고 나머지 일정은 담임교사 혼자 관리한다고 한다”며 불안해했다.

수학여행 경비도 학부모들의 걱정거리다. 시ㆍ도교육청은 저소득 가구 학생 등에 수학여행비를 일부 지원해 주지만, 이런 비용은 일반 가구에도 적잖은 부담이 된다. 서울시교육청 정보공개 홈페이지에 따르면 올해 2박 3일 제주 수학여행 경비는 42만~45만원을 오가고, 오는 6월 싱가포르로 3박 5일 수학여행을 계획 중인 한 사립초등학교는 경비를 172만원으로 추산했다. 학부모 김주연씨는 “여행 경비는 물론 친구들과 비교해 적지 않은 용돈까지 챙겨주려면 가벼운 지출은 아니라 많은 학부모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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