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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확성기 방송 끄자 북한도 대남방송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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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확성기 방송 끄자 북한도 대남방송 껐다

입력
2018.04.23 19:1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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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방송 재개 2년여 만에 중단

남북 합의 없이도 성의있는 조치

정상회담 당일 한미훈련 일시중지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여 앞둔 18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한국 경비병 너머로 북측 경비병들이 근무 교대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여 앞둔 18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한국 경비병 너머로 북측 경비병들이 근무 교대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군 당국이 23일 자정을 기점으로 최전방 지역에서 이뤄지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조치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지 2년 3개월 만이다. 북한도 이날 대남 확성기 방송 중단으로 호응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전방 지역 군사적 긴장완화 문제가 다뤄질 것을 염두에 둔 제스처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이날 ‘2018 남북 정상회담 계기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관련 발표문’을 내고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평화로운 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해 오늘 0시를 기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치가 남북 간 상호 비방과 선전 활동을 중단하고 ‘평화,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 나가는 성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방에 배치된 대북 확성기 자체를 철거하는 것은 아니며, 대북 심리전 라디오 방송인 ‘자유의 소리’ 방송도 계속해 간다는 입장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1963년 5월 서해 휴전선 일대에서 처음으로 실시된 이후 대북 군사 심리전의 상징물로 여겨져 왔다. 확성기 방송은 남북 7ㆍ4공동성명에 따라 1972년 11월 전면 중단됐지만 북측이 대남 확성기 방송을 재개함에 따라 1980년 9월 대북 확성기 방송도 재개됐다. 이어 2004년 6월 남북 2차 장성급군사회담 합의에 따라 다시 중단됐지만 2015년 8월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에 따른 보복 조치로 재가동했다. 북한은 당시 “48시간 내 대북 확성기 철거”를 요구하며 2차례 포격 도발까지 감행하기도 했다. 군사적 긴장감이 급상승하며 남북 고위급 협의가 열렸고, 북측이 지뢰도발 사건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남측은 방송 중단에 합의했다. 그러나 2016년 1월 8일 북한의 4차 핵실험 감행 이후 최근까지 약 40대의 대북 확성기가 가동돼 왔다.

군 자체적 판단에 따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이례적 행보에 북측도 화답 했다. 정부 관계자는 “(중단 시작 시점은 명확하지 않으나) 북한도 대남 확성기 방송을 상당 부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남측의 선제적 조치에 대해 호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 간 상호 비방중상 중단과 DMZ 내 군사적 긴장 완화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양측이 합의 없이도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남북 정상회담 당일엔 한미연합훈련이 사실상 실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당초 이달 말까지 진행될 계획이었던 독수리(FE)훈련의 주요 일정은 남북 정상회담 하루 전 마무리될 예정이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형태의 키리졸브(KR)연습도 회담 당일인 27일엔 일시 중지될 것으로 전해졌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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