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가 대사관 격 AIT 경비
대만에 상주하는 미국 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 신청사의 경비를 미국 해병대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군이 대만에서 철수한 지 39년만에 재주둔하는 것이어서 중국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23일 대만과 홍콩 언론에 따르면 미국은 해외주재 대사관 기준에 맞춰 오는 6월 준공 예정인 AIT 타이베이(台北) 사무처 신청사 경비를 미국 해병대 병력에 맡길 방침이다. 미국은 1951년부터 대만에 군사고문단과 연합방위사령부를 두고 대규모 육ㆍ해ㆍ공군 병력을 주둔시키다 1979년 중국과의 수교에 따라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대만 주둔군을 철수시켰다. 이후 미국은 타이베이에 비영리 민간기구이면서 대사관 역할을 하는 AIT를 두고 영사 및 비공식 외교업무 등을 진행해왔다.
타이베이 네이후(內湖)구에 들어설 AIT 신청사는 해외에 건립되는 다른 미국대사관의 안전 기준에 맞춰 2009년 6월부터 보루(堡壘)식 건축물로 세워지고 있다. 신청사 부지에는 현재 ‘해병대의 집’(Marine House)이 건립돼 있고 여기에 10여명의 해병대 병력이 상시 주둔할 예정이다. 스티븐 영 전 AIT 사무처장은 최근 “신관 건축을 준비할 당시부터 이미 미국 해병대 병력으로 구성된 공관 경비대를 주둔시키기로 결정했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번 조치가 대만 문제를 중국과의 거래 카드로 삼으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보며 중국이 크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중국은 미국 해병대의 대만 재주둔이 규모와는 무관하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배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대만과의 관계 공식화를 넘어 미군까지 상징적으로 주둔시킴으로써 중국의 양안(兩岸ㆍ중국과 대만)통일 전략을 견제하려는 것으로 볼 것이란 얘기다.
특히 일각에선 대중 강경론자인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AIT 신청사 준공식에 참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하나의 중국’ 원칙의 재검토와 대만과의 복교를 주장하며 오키나와 주일미군 일부를 돌려 대만에 주둔시키자는 주장까지 한 적이 있다.
딩수판(丁樹範) 대만정치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미국과 대만 간 고위공무원 교류를 허용하는 대만여행법에 서명한 점 등을 언급한 뒤 “미국이 지속해서 대만과의 관계를 정상화ㆍ공식화하고 있다”면서 “영토주권과 관련해 절대 타협불가를 주장하는 중국과의 갈등이 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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