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한반도 정세에도 해빙 기운이 비친다.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도 그렇지만, 북한의 핵ㆍ경제 병진노선 종료와 경제건설 집중 발표에 세계가 한반도를 주목한다. 그런데 북한의 비핵화는 가능할까?
지난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핵ㆍ경제 병진노선이 위대한 승리를 이루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다음날인 21일부터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중지와 함께 실천적 조치로 핵 실험장을 폐쇄한다고 선포했다.
그러나 필자는 핵무기와 핵 기술을 이전하지 않겠다는 북한이 핵의 위협이나 도발이 없다면 절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건부 핵무기 불사용’을 언급한 점에 주목한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의 협상 카드일 수도 있겠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북한은 단지 핵 동결을 선언했을 뿐이다.
‘모두를 위한 진전’이라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트윗 내용과는 달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 석좌교수도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북경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의 자칭궈(賈慶国) 원장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다”는 점을 필자에게 강조했다. 핵물리학자이자 군축(軍縮) 전문가인 칭화대학교 리빈(李彬) 교수도 이 점에 동의했다.
중국 전국정치협상회의 외사위원회 부주임(차관급)이자 민간 싱크탱크인 차하얼(察哈尔)학회 한팡밍(韩方明) 주석도 필자와 생각이 같다. 한팡밍은 필자에게 “북한이 핵 보유를 위한 모든 과정을 마쳤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대화를 원한다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김정은이 올해 초부터 예상 밖의 국면 전환에 속도를 냈을까. 우선, 미국의 압력에 의한 중국의 적극적인 대북 제재 참여로 김정은의 통치자금이 고갈됐다. 둘째, 트럼프의 대북 타격 압박으로 체제와 생존의 위기에도 내몰렸다. 셋째, 지난해 9월 6차 핵실험의 여파로 핵 실험장이 붕괴되어 핵실험을 다시 준비할 여력이 없어졌다. 이런 요인이 결정적인 대화 전환의 이유일 것이다. 북한이 모든 위기를 숨기는 유일한 방법은 핵보유국이라고 허풍을 떨며 대화에 나서는 것이다.
물론 김정은의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 선언은 어느 정도 해빙의 의미가 있다. 대화를 하려면 구체적인 행동을 먼저 보이라는 트럼프의 비핵화 요구에 핵 동결로 화답한 셈인데, 핵 실험장 폐쇄에 대한 외부의 반응 역시 조건부 환영이다.
청와대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도 인지하겠지만, 경제건설에 집중하겠다는 말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영구평화로 가는 필요한 과정인 ‘한반도 평화협정’은 반드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교환돼야 한다. 한반도는 ‘빅딜’의 시대를 맞이했다. 핵 동결과 핵 실험장 폐쇄 선언으로 대화에 나선 북한에게 한국과 미국이 제시할 카드도 매우 중요해졌다. 북한이 급해진 것은 분명하지만, 시간을 끌면 북한에게 오히려 유리하다. 남북 및 북미간 빅딜에서 무엇을 서로 주고 받을 것인가를 잘 따져 준비해야 한다.
우선 우리가 확실하게 받을 것을 확정하고, 둘째 대화는 연성(軟性)으로 해도 ‘빅딜’은 강력하고 지속적인 압박을 전제해야 한다. 셋째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인 목표가 필요하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송영길 위원장이 제시한 대동강변 트럼프 빌딩 건축과 맥도널드 입점은 창의적 사례가 될 수 있다.
북한의 고집으로 비핵화를 이룰 수 없다면 ▲한반도와 미국의 군사동맹 ▲원산항의 미군 기지화 ▲미국 참여의 해주 글로벌 경제특구 ▲비무장지대의 완전 비무장화와 글로벌 평화공원 조성은 어떤가? 비핵화에 버금가는 안전장치가 마련된다면, 이후의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김상순 중국 차하얼(察哈尔)학회 고급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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