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 회담으로 한반도에 긴장 완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2016년 개성공단 폐쇄 이후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 경제협력 사업이 재개될 거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과 대북 관광사업을 진행했던 현대그룹 등은 경협 사업 재개에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경협 재개의 선결 조건인 유엔의 경제 제재 조치가 쉽게 풀리지 않을 거라는 우려감도 감추지 못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오는 27일 개최되는 정상 회담에서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를 다뤄 달라고 정부에 지속해서 요청하고 있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은 “북한이 비핵화를 천명하고 경제건설 집중 노선 계획을 밝힌 만큼 우리 정부도 남북 경협 재개 등 화답을 할 필요가 있지 않겠냐”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남북 정상 회담 후 정부에 방북 신청서를 내고 다음 달 개성공단을 방문해 생산시설을 점검한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금강산 관광 사업 등을 진행했던 현대그룹도 이번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가 크다. 현대그룹은 2008년 7월 북한군이 쏜 총에 관광객이 사망한 사건이 발행 한 뒤 10년째 관광 사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대북 사업을 담당했던 현대아산의 매출은 2,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직원 수는 1,000명에서 150명으로 급감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거란 희망을 한 번도 버린 적 없다”며 “남북 관계 개선에 의지를 가지고 있는 이번 정부에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된다고 기대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대북 사업 재개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 회장은 올해 발표한 신년사에서 “남북 교류의 문이 열릴 때까지 결코 흔들리지 않고 담담히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협사업과 북한 관광 재개 등이 남북한의 의지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이전에는 남북한의 뜻만으로 경협 사업 추진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유엔의 경제 제재 해제라는 숙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정세에 따라 언제든 대북 경제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는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도 경협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국내기업들의 우려 사항이다.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한 기업 대표는 “기업이 입은 피해를 보험이 실질적으로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게 이미 2년 전 개성공단 폐쇄 때 증명이 됐다”며 “정부가 보험 외에 추가 보완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개성에 다시 들어가기는 어려울 거 같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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