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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도 빠르고 애교도 많아요” 104마을 혼종견과 아이들

입력
2018.04.2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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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되어주세요] 162. 세 살 추정 혼종견 ‘래미’

래미가 지난달 낳은 6남매 중 한마리. 김성호 한국성서대교수 제공
래미가 지난달 낳은 6남매 중 한마리. 김성호 한국성서대교수 제공

지난 2월 서울 노원구 중계동 104번지 일대 공터 한 켠에 있는 ‘동행 104’를 찾았습니다. 백사마을 주민들과 김성호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동물 동아리 ‘멍냥지껄’ 회원들이 수년간 주인 없이 떠돌거나 주인이 있지만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한 개들을 돌보기 위해 지난해 겨울 만든 곳인데요. 이곳은 김 교수가 지난해 여름 서울시, 동물보호단체 카라와 이 지역 반려동물 현황을 조사하던 중 사람에게 버려진 반려견들이 무리를 이루며 살아가게 된 개들에게 주목하면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곳 동물들의 사연은 EBS 동물프로그램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서 강형욱 훈련사가 방문하면서 더 알려지게 됐고, 당시 강 훈련사는 사람을 두려워하는 일부 친구들을 빼곤 입양을 가면 좋겠다고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방문 당시 모두가 귀여웠지만 눈에 띄는 개가 있었습니다. 철망 울타리에 있던 친구들과 달리 실내에 있던 혼종견 래미(3세 추정ㆍ암컷)입니다. 당시 심장사상충에 걸려 있어서 실내에서 살면서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요. 사람들이 탁자에 앉자 쪼르르 옆으로 와서 발 밑에 자리를 잡고 앉아 똘망똘망한 눈으로 얘기를 듣는 게 안쓰러우면서도 귀여웠던 기억이 납니다.

지난 2월 만난 래미. 지난달 여섯 마리의 새끼를 낳은 래미는 눈치도 빠르고 애교도 많다. 고은경기자
지난 2월 만난 래미. 지난달 여섯 마리의 새끼를 낳은 래미는 눈치도 빠르고 애교도 많다. 고은경기자

사실 래미에게도 가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인은 거동이 불편해 래미를 잘 돌보지 못했고, 래미는 연탄 창고의 작은 틈으로 드나들면서 길거리에 용변을 보곤 해서 이웃 주민에게도 구박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김 교수와 지역 주민들이 주인에게 래미의 중성화수술을 설득하면서 104마을로 데리고 오게 됐는데요. 건강검진을 한 결과 래미에게서 심장사상충이 발견되어 치료하던 중 임신을 하게 됐고, 지역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의 보호 속에 지난달 17일 다행히도 여섯 마리의 건강한 새끼를 낳았습니다. 6남매 가운데 4남매는 입양처를 찾았고, 이제 래미와 건강하게 자라는 수컷 2마리가 입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2마리의 새끼 강아지들은 벌써 용변도 패드에 처리할 정도로 똑똑하고 기특하다고 해요.

래미가 낳은 6남매 중 한 마리. 김성호 한국성서대 교수 제공
래미가 낳은 6남매 중 한 마리. 김성호 한국성서대 교수 제공

래미도 이제 심장사상충 치료가 거의 끝나가고 있어서 조만간 중성화 수술을 받으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래미는 무척 똑똑하고 사교적이어서 어느 집에 가더라도 잘 살 것이라는 게 봉사자들의 설명입니다. 힘든 시절을 보낸 래미와 2마리의 강아지들과 평생을 함께할 가족을 기다립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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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문의: 동물과 행복한 104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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