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의 주범 김모(49ㆍ필명 드루킹)씨에게 홍보를 요청하면서 인터넷 기사 주소(URL)를 보낸 사실이 확인되면서 경찰 수사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진 상황이다. 앞서 이 사건 지휘관인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이 16일 “김 의원이 의례적인 인사만 했다”거나 “드루킹이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냈고, 김 의원은 거의 읽지 않았다” 식으로 김 의원이 이 사건에 관여돼 있지 않은 것처럼 브리핑을 했던 터다. 김 의원의 적극적 관여에 대한 경찰 수뇌부의 의도적인 은폐로 비치는 것이다.
거짓 브리핑 내지 사실 은폐가 활활 타오르는 부실 수사 논란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된 것은 이미 실세 정치인이 관여된 뒤 경찰의 소극적인 자세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경찰은 댓글 조작범 정체가 민주당원이라는 사실과 김 의원 연루 가능성을 언론들의 보도(13,15일) 이후에야 인정했다. 수사 착수(1월 31일) 이후 두 달이 넘어가는 시점까지 경찰이 중요 사실을 꽁꽁 숨긴 꼴이라, ‘정권 눈치보기’ 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그 뒤로 드러난 부실한 경찰 수사는 혀를 차게 한다. 경찰은 2월 8일 김씨 일당의 근거지인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소명 부족’을 이유로 기각했다. 이후 보강 수사로 힘들게 압수수색이 들어간 지난달 21일 이미 사무실에서는 조직 운영 자료가 담긴 USB를 변기에 버리는 등 증거인멸이 한창이었다.
압수물 분석도 소홀했다. 경찰은 출판사 사무실에서 압수한 휴대폰 170개 중 133개를 제대로 조회도 해보지 않고 검찰에 넘겼다가, 부랴부랴 돌려받아 수사 중이다. 통신내역 추적영장도 검찰 송치 후 10일이 지나서야 신청했다. 자금출처 수사의지 또한 부족했다. 경찰은 이들을 체포한 뒤 15개 금융기관에서 계좌 30여개를 ‘임의제출’ 방식으로 받았다. 이들의 조직운영 자금은 핵심 의혹 중 하나인데도 적극적인 ‘계좌 추적’에 나서지 않았던 것이다.
‘구속 피의자’에 대한 수사도 시도하지 않았다. 김씨 등 3명이 구속된 25일 이후 이들에 대한 대면조사를 하지 않다가 한 달 가까이 시간이 지난 17일에서야 조사를 했다. 구속된 피의자의 경우 구치소로 접견을 가 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주범 입을 여는 시도를 소홀히 하는 등 경찰 위신이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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