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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막말-갑질 일삼는 사람, 정말로 월급 덜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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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막말-갑질 일삼는 사람, 정말로 월급 덜 오른다

입력
2018.04.20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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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정상’의 만남? 1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 비치의 한 리조트에서 일본 아베 총리(왼쪽)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AP 연합뉴스
‘막말 정상’의 만남? 1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 비치의 한 리조트에서 일본 아베 총리(왼쪽)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AP 연합뉴스

무례함의 비용

크리스틴 포래스 지음ㆍ정태영 옮김

흐름출판 발행ㆍ340쪽ㆍ1만5,000원

#1. 세간을 발칵 뒤집은 재벌기업 2세의 막말 음성 파일을 듣다가 귀에서 진물이 나오는 줄 알았다. 뒷목이 뻐근하다 못해 뻣뻣해졌다. 뇌혈관이 막힐까 봐 황급히 파일을 꺼버렸다.

#2. 여의도의 한 유력 정치인은 별명마저 ‘앵그리 버드’다. 연관 검색어는 ‘막말’이다. 유구하기까지 한 그의 막말 어록을 읽기만 했는데도 두들겨 맞은 듯 온몸이 얼얼하다.

#3. 세계 최강대국 대통령은 입이 험악하기로 유명하다. 상대도 가리지 않는다. 이민자, 유색인종, 여성, 성소수자, 유명 배우 메릴 스트리프, 심지어 자신의 최측근까지. 그가 막 대하지 않은 사람은 오로지 자기자신뿐이다.

갑질과 막말과 무례를 일삼는 사람이 사회ㆍ정치ㆍ국제 뉴스 페이지에만 있겠는가. 수위와 강도 차이는 있겠으나 이런 사람들은 일상 도처에 널려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 머릿속에 떠오르는 바로 그 사람 말이다. 물론, 다른 사람이 당신을 떠올리며 이를 갈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문제는 이 무례함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엄청난 비용을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단순하게 ‘스트레스’라고 표현됐던 그 비용은 건강 악화와 업무 능력 저하, 조직의 효율성 및 성과 저하, 사회적 손실 발생 등의 형태로 나타나, 결국엔 수입이 줄고 지출은 늘어나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다. 미국 조지타운대학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뉴욕타임스와 포브스 등에서 리더십 및 자기관리 전문가로 극찬받은 크리스틴 포래스 교수가 20여년간 스타트업 회사부터 포춘 500대 기업까지 여러 문화권의 기업과 조직을 조사해 얻은 결과이니 믿어도 좋다.

일례로 미국심리학회는 직장 내 스트레스가 미국 경제에 입히는 피해액이 연간 5,000억달러(약 524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스트레스로 인해 날아가 버리는 근무일수는 무려 550억 일이었다. 직장 내 사고의 60~80%가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하며, 병원 검진 80%가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 스트레스 강도가 높기로 유명한 한국 사회에 적용해도 무리가 없는 수치다.

해답은 아주 간단하다. 무례하지 않으면 된다. 무례함은 비용을 치르지만, 정중함은 효용을 가져다 준다. 포래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정중한 사람은 주변의 도움을 쉽게 받고(57%) 월급이 올랐으며(7%)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는(35%) 것으로 나타났다. 정중한 사람이 더 쉽게 성공하고, 정중한 조직이 더 큰 성과를 낸다는 얘기다. “피도 눈물도 없어야 성공한다”는 말은 틀렸다.

포래스 교수의 20년 연구가 담긴 책 ‘무례함의 비용’은 현실 진단에만 그치지 않고 솔루션까지 제공한다. 정중한 습관을 내면화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무례한 사람을 상대하는 실질적 조언을 담았다. 더 나아가 조직에 정중한 문화를 뿌리내릴 수 있도록 채용, 미션, 평가, 실행 등 단계별 가이드도 잊지 않는다. 특히 저자가 직접 개발한 테스트 도구는, 독자가 스스로 자신이 무례한 사람은 아닌지 점검하는 데 유용하다. 문제 해결은 언제나 나 자신에게서 출발하는 법이다.

무례함과 정중함은 둘 다 전염성이 강하다. 악순환 또는 선순환을 부른다. 어느 쪽을 택할지는 자명하다. 옛 사람들이 일찌감치 격언도 남기지 않았나.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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