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상반기 채용계획 없음 확정이고 하반기도 미정이라네요. 채용비리는 본인들이 하시고 피해는 또 우리가 보네요,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요?”
“은행들 채용 소식 잠잠하네요. 도대체 언제쯤… 채용 소식 좀 듣고 싶네요.”(금융권 취업 커뮤니티 ‘독금사’ 중 일부)
취업 준비생들이 채용비리에 한번, 좁아진 입사 문에 또 한번 울고 있다. 금융권 취업 커뮤니티에는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은행권 상반기 채용 소식에 불만을 성토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젊은층이 선호하는 일자리인 시중 은행들이 상반기 채용 공고를 아예 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순이익 기준 1~3위를 차지하고 있는 KB국민ㆍ신한ㆍKEB하나은행 등은 검찰과 금융감독원 등의 채용비리 조사를 받고 있어 하반기 채용 계획과 규모 등에 대해서도 모두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IBK기업 등 6대 시중은행 가운데 상반기 채용을 진행 중인 곳은 우리(200명)와 농협(350명), 기업(170명) 등 3곳뿐이다. 모두 채용비리 의혹에서 벗어났거나 논란을 피한 은행들이다. 지난해 하반기 채용비리로 행장까지 중도 사퇴했던 우리은행은 이전의 시험 전형을 싹 뜯어 고쳤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전 시험 전형을 외부 전문업체에 위탁했고 11년 만에 필기시험도 재도입했다”며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하반기에도 550여명을 추가 채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상반기 250명을 채용했던 신한은행은 채용과 관련된 언급 자체를 꺼리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2일부터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캐피탈 등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의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검사를 전방위로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일단 검사 결과가 나와봐야 향후 채용 계획이나 방식 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과 하나은행도 분위기가 뒤숭숭한 탓에 상반기 채용 계획을 접었다. 국민은행은 2015년 채용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에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또 공채에서 남성 지원자에게 특혜를 준 혐의로 전 인사팀장에 대한 재판도 진행중이다. 하나은행 역시 2015년부터 3년간 신입직원 채용절차에서 비리가 드러나 공채 진행은 꿈도 못 꾸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상반기 채용 계획은 물 건너 갔고 하반기도 돌아가는 시장 상황과 은행연합회의 채용 가이드라인 등을 점검한 뒤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는 6월 말까지 투명한 채용 과정 및 피해자 구제방안 등을 담은 ‘채용 모범 규준’을 내놓을 예정이다. 은행들은 자체 방식으로 채용을 진행하면 또 다른 잡음이 생길 것으로 판단, 하반기 채용 때는 연합회 모범규준을 내규에 담아 그대로 적용할 계획이다.
위축된 채용 시장에서 피해는 오롯이 취업 준비생들이 보고 있다. 은행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 김모(24)씨는 “특정인의 편의를 봐준 은행들 채용 비리에 화가 났는데, 이것이 모두의 기회를 뺏는 역효과까지 불러일으킬 줄은 몰랐다”며 “필기시험 부활 등 새 전형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청년 채용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열심이어야 할 은행들이 채용비리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 아예 고용의 문 자체를 닫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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