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계열 무장단체
반군 최대 거점 이들리브 장악
종교경찰 배치 등 IS 따라하기
반군 내 세력다툼 탓 극단주의화
아사드 견제 급급…서방은 무관심
시리아와 이라크를 호령했던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는 지난해 이라크와 시리아 정부, 북부 시리아민주군(SDF)의 대대적 공세에 무너졌다. 이슬람 극단주의의 최대 맹주가 힘을 잃자 이제 살라피스트(수니파 극단주의자)들은 새 중심세력을 찾아 나섰다. 시리아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떠오르는 단체는 옛 알카에다 계열 무장단체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IS가 무너진 가운데 HTS가 급속히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HTS는 현재 남은 시리아 내 반군 세력의 최대 거점 이들리브를 장악한 채, 예전 IS가 그랬듯 종교경찰을 배치해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따르도록 주민을 통제하고 있다.
WSJ가 취재한 이들리브 주민들은 “HTS 종교경찰은 관계 없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어울리는 것을 금지했고, 남녀 학생을 한 강의실에서 가르쳤다는 이유로 점령지에 있는 대학을 폐쇄했다”고 말했다. 또 종교경찰들은 담배 금지의 일환으로 물담배 파이프를 끊어버리고 있으며, 의류 상점은 마네킹의 머리를 덮어야 하고 미용실에는 화장품을 버리라고 명령했다. 이들리브의 한 청년은 WSJ에 “우리(시리아)가 보수적인 사회인 건 맞다. 하지만 이건 좀 극단적이다”라고 말했다.
HTS는 사실 갑자기 나타난 단체는 아니다. 근원을 따지면 옛 알카에다 시리아지부였던 ‘알누스라전선’의 후신이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이래 IS와 함께 가장 성공적으로 세력을 떨친 반군 집단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시리아의 자생 무장단체가 알카에다 지부를 자처한 것에 가까웠다.
그러나 2016년 이후 독립조직으로 세력을 떨치기 시작했다. 지도자인 아부 모하마드 알줄라니는 그 해 단체명을 자브하트 파테 알샴(JFS)으로 고치고 서방에서 테러단체로 낙인 찍은 알카에다와의 관계도 단절했다. HTS는 이후 알카에다보다는 온건한 성향을 띄며, 점령지에서 주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세금도 걷어 왔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온건 성향이던 HTS가 최근 이슬람 극단주의로 회귀하는 건 반군 내 세력 다툼 때문이다. 점령지 주민을 더 강력하게 통제하고 다른 반군들의 지지를 결집할 필요성이 강해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HTS는 터키 지지를 받는 시리아해방전선(SLF)과 이들리브주의 주도권을 놓고 다투고 있으며, 다른 알카에다 분파 단체들과도 불편한 관계다. 더구나 동(東)구타를 완전 장악하며 승세를 탄 시리아 정부군도 남부의 다른 반군 점령지를 정리한다면 언제든지 올라올 수 있다.
알카에다 분파조직이라는 성격상 서방과 러시아는 HTS는 물론이고 경쟁 관계의 반군도 테러단체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부에 대한 견제가 급한 미국 등 서방 국가는 HTS를 압박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타흐리르중동정책연구소의 하산 하산 연구원은 WSJ에 “이 지역은 서방 강대국들의 관심 밖에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지하드(성전)주의자들이 그 곳에서 허니문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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