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도 방문해 항의
안철수 “여론 조작하는 것은
고문보다 더 지독한 수법”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해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이번 사건의 핵심인 김모(필명 드루킹)씨에 대해 직접 접촉을 시도하는 등 공세를 다각화하고 있다. 수사가 장기화될 경우 자칫 다음주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에 묻혀 대여투쟁의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19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국당은 어제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드루킹을 접견했다”며 “변호인에게 굽신굽신 하던 드루킹이 한국당에서 접견 왔다고 말하는 순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문 열고 나갔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이 사실은 드루킹이 아직 문재인 정권을 철저히 의지하고 있고 그들과 어떻게 이것을 정리할지 사전에 입을 맞췄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의총 직후 서울경찰청을 항의 방문했다. 지난 16일에 이어 사흘만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의 최근 기자회견 등은 이번 사건 핵심에 연루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보호하고 대변하겠다는 입장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고 몰아붙였다. 이에 이 청장은 “경찰 역시 이 사건이 얼마나 중대한 사안인지 잘 알고 있다”며 “철저히 수사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 지켜봐 달라”고 답했다. 이 청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어떠한 정치적 외압도 없었느냐’는 질문에 “전혀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간 홍준표 체제에 대한 비판 성격이 짙었던 한국당 의원모임 ‘보수미래포럼’도 이날 회의에서만큼은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을 집중 성토해 힘을 보탰다. 유기준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이번 사건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때”라고 촉구했고, 나경원 의원도 “이 사건을 ‘드루킹 게이트’로 명명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특검에서 제대로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미래당의 압박 수위도 임계점까지 향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대선 당시 드루킹과 문재인 캠프 연관성을 의심하면서 발언 강도가 원색적으로 치닫는 안철수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권위주의 군사정권은 감금하고 고문해서 민주주의를 탄압했지만 지금은 댓글공작 등 여론조작을 통해 민주주의를 탄압하고 있다”며 “이것은 고문보다 더 지독한 수법”이라고 쏘아붙였다. 김철근 대변인은 이번 사건을 ‘그냥 지나가는 일’이라고 언급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해 “드루킹을 수차례 찾아가고 대가성 인사청탁을 주도한 김경수 의원을 감싸는 것은 청와대에 아부하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시장은 이날도 혼선을 빚다 최종 출마를 결심한 김 의원을 향해 “김경수 멋있다, 경수야 힘내라”라고 남겼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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