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서도 장관 책임론 제기
아베는 “후쿠다 차관 사임 유감”
‘성희롱 발언’ 의혹으로 후쿠다 준이치(福田淳一) 일본 재무성 사무차관이 불명예 사퇴한 불똥이 아소 다로(麻生太郞) 재무장관으로 튀어 올랐다. 후쿠다 차관의 일탈 외에 모리토모(森友)학원 의혹과 관련한 문서조작이 이뤄진 재무성에 대한 관리 책임을 지고 아소 장관도 사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에서도 성희롱 보도 이후 1주일이 넘도록 사태를 수습하지 못한 아소 장관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후쿠야마 데츠로(福山哲郞) 입헌민주당 간사장은 19일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과의 회담에서 아소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전날 저녁 입헌민주당 등 여섯 야당 지도부는 아소 장관 사임과 가케이(加計)학원 수의학부 신설 의혹과 관련한 야나세 다다오(柳瀬唯夫) 전 총리 비서관의 증인 출석 등을 요구하기로 뜻을 모았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향후 국회 법안 심의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자민당에선 내각 지지율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후쿠다 차관의 조기 경질을 요구하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아소 장관은 “후쿠다 차관에게는 인권이 없느냐”며 두둔했고, 재무성은 “피해자가 (조사에) 나서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며 2차 피해를 유발하는 발언으로 비판을 자초했다.
자민당에서도 “아소 장관의 감독 책임은 피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전했다. 아소 장관은 이날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 차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하면서 취재진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국회 개회 중 장관이 해외에 나갈 때는 국회의 사전 승인을 얻는 것이 관례지만, 출국을 강행하면서 야당 측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아소 장관을 계속 기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권 2인자이자 당내 제2 파벌의 수장으로서 아베 총리를 지지해 온 아소 장관의 사퇴는 내각 존립 여부와 직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아베 총리는 후쿠다 차관의 사임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한층 긴장감을 느끼고 행정의 신뢰회복을 위해 힘쓰겠다”고만 밝혔다.
한편 후쿠다 차관은 사의 표명 이후에도 성희롱 사실을 부인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TV아사히(朝日) 측은 전날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사 기자가 후쿠다 차관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밝혔다. 슈칸신조(週刊新潮)가 공개한 “키스해도 되냐”, “가슴을 만져도 되냐” 등 후쿠다 차관 추정 인물의 음성이 담긴 녹취 파일은 자사 기자가 녹음해 전달한 것이라며 재무성에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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