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으로 흔적 남기지 마라”
보안 유지위해 매뉴얼 공유하며
범죄 조직 못지 않은 은폐 행각
네이버 기사 댓글 공감수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원 김모(49ㆍ필명 드루킹)씨와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회원들이 범죄단체 못지 않은 프로급 범행 은폐 행각으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 왔던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이들 댓글 여론조작이 정치적 의사표현의 수준을 넘어선 심각한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이들도 인식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먼저 김씨 등은 인터넷상의 허점을 이용해 경찰 추적을 따돌리려 했다. 경찰이 댓글 조작 근거지였던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스마트폰 170여개를 압수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이동통신사에 가입되지 않아 유심칩도 들어있지 않은 ‘깡통’ 스마트폰이었다. 경찰은 김씨 등이 이를 컴퓨터와 연동해 IP주소를 바꿔가며 댓글 조작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을 껐다 킬 때마다 IP주소가 계속 바뀌게 되는데, 이를 이용하면 다른 장소에서 여러 사람이 댓글 추천을 한 것처럼 위장할 수 있다.
보안 유지를 위한 매뉴얼도 제작ㆍ공유했다. 김씨와 함께 기소된 우모(32)씨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경공모 내부 매뉴얼엔 “보안 USB를 받기 전까진 크롬 시크릿모드 창과 웹 텔레그램을 이용해 작업해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크롬 시크릿모드는 사이트 방문 기록, 입력 정보 등이 저장되지 않는 웹브라우저고, 텔레그램 역시 보안성이 뛰어난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이다. 또 이 매뉴얼은 “단체방 텔레그램을 포함해, 화면을 캡처하는 등 어떤 방식으로도 흔적을 남겨선 안 된다” “경인선(經人先ㆍ경제도 사람이 먼저다) 채팅방 등 다른 회원들이 있는 공간에 (작업 내용을) 올리지 말라”며 내부 정보의 외부유출을 철저히 막았다. 경찰 관계자는 “서로 대화를 나눈 대화방도 모두 암호가 걸려 있어, 이를 푸는데 상당히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또 경공모는 댓글 조작 작업 기록과 텔레그램 대화 내용 상당수를 USB에 따로 보관을 해왔다. 지난달 21일 경찰이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때 김씨 등은 이 USB를 곧바로 변기에 버릴 수 있었다. 또 김씨 등이 구속된 후엔 경공모, 우경수(우윳빛깔 우경수) 등 그 동안의 온라인상에서의 흔적이 남겨져 있는 관련 사이트가 대부분 폐쇄되거나 비공개 전환, 내부 게시물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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