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 믹스더블 장혜지·이기정
스웨덴 세계선수권 참가로 출국
“팀킴에 부러운건 인기 아닌 메달”
믹스더블 국가대표 장혜지(21)와 이기정(23)은 평창올림픽 때 모습 그대로 꾸밈없고 솔직했다.
21일부터 28일까지 스웨덴 외스테르순드에서 열리는 2018 세계선수권에 참가하기 위해 18일 인천국제공항에 온 두 선수를 출국 직전 만났다. 믹스더블은 컬링 인기몰이의 시초였다. 장혜지가 이기정에게 외친 “오빠! 라인 좋아요”란 말은 유행어가 됐다. 한국은 간발의 차로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큰 박수를 받았다.
정작 둘은 올림픽 후유증 때문에 적지 않게 마음고생을 한 듯했다.
이기정은 “(메달) 실패의 아픔 때문에 인생을 포기한 것처럼 살았다. 1주일에 6일은 PC방에 갔다”고 고백했다. 장혜지도 “컬링이 계속 화제가 되니 졌을 때가 계속 떠올라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올림픽 기간 둘은 유명세를 실감했지만 인기는 곧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이기정은 “올림픽 끝나고 친구들이랑 강릉에 놀러 갔는데 알아보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진짜 편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장혜지도 “올림픽 후 참석할 자리가 많을 수 있으니 해외는 가지 말라 하더니 정작 불러주지 않았다”고 거들었다.
은메달을 따 국민 스타로 등극한 ‘팀 킴’(여자컬링대표팀)이 부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기정은 “여자 팀은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 우리는 메달을 못 땄으니 차이 나는 건 당연하다”고 담담해 했다. 장혜지도 “언니들이 너무 바빠 운동도 제대로 못 하는 걸 보니 인기를 분산시켜주지 못한 게 오히려 미안하더라. 난 사생활이 보장된 지금이 좋다”고 답했다. 하지만 둘은 서로를 보더니 “인기는 안 부러운데 솔직히 메달은 좀 부럽다”고 깔깔 웃었다.
믹스더블 세계선수권은 40개국이 8팀씩 5조로 나눠 예선을 치르고, 상위 16개 팀이 토너먼트로 우승 팀을 가린다. 한국은 캐나다, 체코 등 강호와 E조에 속해 힘겨운 승부가 예상된다. 평창올림픽 여자컬링에서 동메달을 딴 일본의 스킵 후지사와 사쓰키(27)가 믹스더블 선수로 변신해 출전하는 것도 화제다. 일본은 C조라 16강 이후 토너먼트에서 한일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기정은 “다른 건 다 몰라도 일본에는 절대 질 수 없다”고 전의를 불태웠고 장혜지도 “옳은 말”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믹스더블에 앞서 세계선수권에서 여자 팀은 5위, 남자 팀은 4위를 했다. 한국 컬링은 아직 세계선수권 메달이 없다. 대회 목표를 묻자 이기정은 “4월 초부터 연습했다. 훈련 기간이 짧아서”라며 걱정했다. 그러자 장혜지가 “언니들이 5위, 오빠들이 4위 했으니 우리는 3위 어때요?”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영종도=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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