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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과로 자살, 업무상 재해 인정 확대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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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과로 자살, 업무상 재해 인정 확대되나

입력
2018.04.19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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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노동ㆍ실적 압박 등으로

한 해 500명 이상 목숨 끊어

산재 신청해도 승인율 28% 그쳐

교대 근무 등 구조 문제 따른

수면장애 산재 인정 사례도 0건

유가족 입증 책임 완화 등

고용부, 산재 기준 변경 용역 발주

간호사, 웹 디자이너, 방송사 PD, 버스기사, 집배원, 대기업 연구원….

최근 장시간 노동이나 근무환경, 업무 부담, 실적 압박 등 직장 내 문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의 직업이다. 과로사 못지 않게 ‘과로자살’ 역시 직종이나 지위, 성별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실정이지만, 국내에는 아직 법적인 정의는 물론 관련 통계조차 없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과로자살에 대한 객관적인 인정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극히 예외적인 경우만 업무상 재해로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회사는 근로자가 직장 내 문제로 사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도 없다. 입증은 오롯이 유가족의 몫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로자살의 산업재해(산재) 인정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자살이나 정신질환에 엄격한 산재 인정기준을 변경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했다고 18일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자살ㆍ정신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업무 유해 인자를 분석하고, 업무 연관성 등을 살피게 될 것”이라면서 “또 법원의 판례와 외국사례 등을 검토해 향후 법 개정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 559명이 직장 또는 업무상의 문제로 목숨을 끊었고, 매년 비슷한 수의 과로자살이 반복된다고 노동계는 주장한다. 그러나 자살의 산재 승인 건수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단 43건으로 전체 149건의 신청 중 승인율은 28.9%에 불과하다. 이는 50% 안팎인 전체 질병에 관한 평균 산재 인정률의 절반 수준이다. 자살뿐 아니라 업무상 정신질환에 대한 인정률도 낮다. 같은 기간 우울증의 산재 인정률은 38.2%에 머물렀고, 교대제 근무 등으로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직종이 늘어나는데도 수면장애가 산재로 받아들여진 사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정부는 이에 올해 1월 뇌심혈관계질환(만성과로)을 주당 업무시간이 52시간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산재로 인정하도록 변경한 데 이어 이번 연구를 통해 자살과 정신질환에 대해서도 보다 넓은 인정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다. 김인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과로사ㆍ과로자살 근절 정부대책 토론회에서 “우리나라보다 앞서 과로사 방지법이 제정된 일본에서도 과로사는 시간의 문제로 보는 반면 과로자살은 ‘심리적 부담’이라는 용어를 쓴다”며 “심리적 부담은 근로조건에서 발생하는 만큼 질적인 측면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유가족의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방안도 논의될 전망이다. 실제 유가족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으로, 회사 측에서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에는 손을 써 볼 도리가 없다. 온라인 교육기업 S사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다 올해 1월 목숨을 끊은 고(故) 장민순씨의 유가족 측도 과중한 업무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출퇴근 기록 등의 증거 자료를 회사 측에 요청했으나 거부당하기도 했다. 오빛나라 변호사는 “프랑스에서는 근로시간 내 근로자가 목숨을 끊은 경우 업무와 무관하다는 사실을 사용자와 건강보험공단이 증명하지 못하는 한 산재로 인정한다”며 “우리 역시 유가족이나 재해 당사자에게 전가된 입증 책임을 사업주나 정부가 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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