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배우 전소민은 tvN 종영극 ‘크로스’로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맛봤다. 2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이자 미니시리즈 첫 주연이었다. 극중 선림병원 장기이식센터장 고정훈(조재현)의 외동딸이자 코디네이터 고지인 역을 맡아 열연했다. 하지만 조재현이 성추행 논란으로 중도 하차하면서 마음고생했다. “안타깝지만 무사히 마무리 해 다행”이라며 미투운동 지지 의사를 밝혔다. 2013년 임성한 작가의 ‘오로라공주’로 이름을 알린 전소민. “‘크로스’는 새로 출발하는 시작점”이라며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조재현 하차 후 촬영장 분위기 좋지 않았을텐데.
“변화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스토리가 조금 앞당겨진 것뿐이다. 내부적으로 흔들리거나 하지 않았다. 장르 특성상 현장 분위기가 밝지 않았다. 경쾌한 드라마가 아니라서 거의 엔딩 부분밖에 웃은 기억이 없다.”
-미니시리즈 첫 주연이었는데 속상하지 않았나.
“속상하기보다 무사히 마무리하게 돼 감사한 마음뿐이다. 2년 만에 한 드라마고, 미니시리즈 주연도 처음이었지만 기대한 만큼 실망이 크진 않았다. 사실 타이틀은 주연이었지만, 중심인물은 고경표씨라서 난 서브해주는 역할을 했다. (조재현 성추행 논란은) 안타깝지만, 개인적으로 ‘크로스’는 나에게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해 뜻깊다.”
-미투운동에 대한 생각은.
“연예계 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에도 이런 일들이 굉장히 많이 일어나는 걸로 안다. 어떤 집단 및 공동체에서도 고질적으로 일어나고 있을 거다. 마음이 안 좋고 안타깝지만, 이번 계기로 다른 피해자들이 안 생겼으면 좋겠다. 동료 및 후배들이 상처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 역시 데뷔했을 때 알게 모르게 상처 받는 일이 많았지만 너무 어려서 잘 몰랐다. 많은 분들이 또 다른 피해자가 안 생기도록 용기내고 힘을 실어줘서 다행이다.”
-‘화유기’ 스태프 추락 및 방송사고도 있었다. ‘크로스’도 생방송 촬영이 이어졌는데.
“정말 촬영현장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사전제작이 많이 도입됐지만, 촬영 일정이 바쁘게 돌아가는 건 똑같다. 물론 여러 가지 개선된 부분도 있다. 예전엔 안전수칙을 볼 수 없었는데 요즘은 대본에 첨부하고, 촬영현장 곳곳에서도 보이더라. 다들 인지하고 점점 바뀌고 있는 것 아닐까. ‘크로스’ 촬영시간도 엄청 길었다. 분량은 많고 방송시간은 맞춰야 하니까 밤낮없이 촬영했다. 아직도 개선해야 될 부분이 많다.”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수술신을 처음 찍어봤다. TV로는 재미있게 봤는데, 수술신 촬영이 이렇게 오래 걸리고 공을 많이 들이는지 몰랐다. 뱃속 체내 지방도 디테일하게 살려 찍었다. 제왕절개해 신생아를 꺼내는 신에서 배꼽 잔털까지 섬세하게 표현했다. 촬영하면서 ‘미술팀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전문 간호사 역을 맡아 의학용어가 많지 않았는데, 다음에 카리스마 넘치는 의사를 연기하고 싶다.”
-그 동안 연기활동이 뜸했는데.
“배우는 선택 받아야 되는 입장 아니냐. 출연 기회가 많지 않았다. 점점 공백이 길어졌는데, 다행히 ‘런닝맨’ 등 예능을 하면서 출연 제의가 늘어났고 ‘크로스’도 좋은 기회가 됐다. 작품을 많이 하고 싶었지만 한계를 많이 느꼈다. 그 동안 선입견 등으로 작품 제약이 많았는데, 예능에서 다른 모습 보여 줘 좋은 돌파구가 됐다. 지금도 ‘다음 작품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작품을 연달아 선택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서 기다리는 입장이다.”
-‘런닝맨’ 출연 후 작품 제안 많이 늘었나.
“개수는 많이 안 늘었다. 아예 없었다면 1~2개 정도 생긴 편이다. 예전엔 미혼모 등 조금 무거운 역 제안이 많았다. 얼마 전 고등학생 역 제안이 와서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싶더라. 양심상 고등학생 역은 못 하겠더라(웃음). 캐릭터 폭도 넓어졌고, 밝고 재미있는 역할이 많이 들어와 기분이 좋다.”
-동안 이미지 고민은 없나.
“어릴 때는 동안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얼굴 살이 붙으면서 동안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기분은 좋지만, 나이가 많은데 얼굴이 애때면 캐릭터 선택에 방해되지 않을까. 요즘은 어른 멜로가 인기이지 않나. 여러 가지 활용도가 높을 거라고 생각한다. 또 그렇게 동안인 것도 아니다. 넷상에서 보면 ‘아줌마 같다’는 말도 많다(웃음).”
-전소민 하면 ‘오로라 공주’를 빼놓을 수 없다.
“첫 번째 기점이 됐다. 배우로 많이 각인시켜준 작품이다. ‘오로라공주’는 드라이 크리닝 해서 장롱에 고이 놓아 두고 마음 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임성한 작가랑 연락 하냐고? 작가님은 드라마 끝나면 번호를 바꾸더라. 종영 후 감자 문자 드린 후 연락 한 적이 없다. 복귀작 제안 온다면? 연락오면 어떤 작품이든 하고 싶다.”
-호흡 맞추고 싶은 작가는.
“노희경 작가님 작품을 꼭 한번 해보고 싶다. 이광수 오빠한테 한 번 부탁해봐야 하나. SBS 월화극 ‘키스 먼저 할까요?’도 정말 재미있더라. 배유미 작가님의 작품도 기회 되면 해보고 싶다. 정현정 작가님의 ‘연애의 발견’이랑 ‘아이가 다섯’도 재미있게 봤다.”
-다음 작품에선 어떤 모습 보여줄 건지.
“이번엔 일부러 예능 이미지와 반대되는 캐릭터를 선택했다 다음 작품은 ‘런닝맨’ 속 캐릭터와 비슷한 역할을 맡고 싶다. 예능과 연장선으로 작품에서도 밝고 엉뚱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한 번도 트렌디한 역을 해본 적이 없는데, 세련된 역도 도전해보고 싶다.”
-30대 되면서 달라진 점은.
“‘어른이 된다는 건 뭘까?’ 고민한다. 멋진 어른이 돼야 하는데 우선 행복하게 살고 싶다. 큰 행복도 좋고 앞으로의 꿈도 좋지만 지금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찾고 싶다. 물론 결혼에 대한 고민도 있다. 친구들이 다 시집 가서 놀 사람이 없다. 진짜 내 편이 필요하다. 나랑 평생 놀아줄 사람 말이다. 내 인생에 결혼을 넣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 중이다. 내 짝은 운명처럼 자연스럽게 생긴다고 하지 않나. 난 항상 열려있다(웃음).”
-올해 목표는.
“하반기에 또 다른 작품하고 싶다. 연기 계속 하면서 새로운 모습 보여줄거다. 공백이 길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 되면 고등학생 역 해야 하나. 고지인 캐릭터도 20대 후반이었지만, 실제로 내가 고경표, 양진성씨보다 나이가 많은데 나이 설정이 가장 어려서 쑥스러웠다. 그래도 대학생 역은 시켜만 주면 할 수 있다. 졸업 못하고 늦게까지 학교 다니는 설정으로! 할 수 있을 때 하고 싶다.”
-‘크로스’를 통해 얻은 건.
“‘크로스’는 다시 출발하는 시작점이다. 이걸 계기로 또 좋은 작품을 만났으면 좋겠다. 시청률을 떠나 모든 작품이 필모그래피로 남지 않나.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내 이름 뒤에 남겨진 작품들이 소중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 동안 배우로서 주춤했는데 이제 쭉쭉 전진하고 싶다.”
사진=엔터테인먼트 아이엠 제공
최지윤 기자 plai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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