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협상 로드맵 윤곽
北 기대하는 제재 완화엔
美 “핵폐기 전 없다” 입장 고수
북미 정상회담 최대 관건으로
美 ‘트럼프 1기’ 2020년까지
비핵화 완료가 최상 시나리오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가 이달 초 북한을 극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면담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로드맵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남북한간 종전 협상에 대해 지지 입장을 표명한 것도 한미가 조율중인 비핵화 방안의 일단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북한이 기대하는 제재 완화에 대해 미국은 핵 폐기 전에는 없다는 입장이어서 제재 완화 시점을 둘러싼 갈등이 북미 정상회담 성사의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남북한 종전 논의를 지지한 것은 그간 비핵화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 제거됐다는 함의를 담고 있어 의미심장하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의 전제로 요구한 것은 체제 보장이다. ‘종전 선언’은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협정체제로 전환하는 출발점으로서, 북한 체제 보장의 핵심 방안으로 거론돼왔다. 하지만 북한이 평화협정 체결과 연동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해왔던 터라 20여년의 북한 비핵화 협상 역사에서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한미가 이 같은 과거 경험과 달리, 종전 논의를 적극 부각시키고 나선 것은 북한이 사실상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거둬들였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지명자도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이에 대한 메시지를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이날 “중요한 것은 북한이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해 보다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기여를 했다”며 “예를 들면 한미연합군사훈련도 사실상 용인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간 미국 조야에선 북한의 비핵화 개념이나 체제 보장 요구에 주한미군 철수가 포함돼 있다는 의구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종전 논의는 비핵화 의제뿐만 향후 비핵화 협상 절차도 예고한다. 남북간 종전 선언이 평화협정 체결로 이어지기 위해선 미국 혹은 중국까지 참여해야 한다. 이는 남북 정상이 먼저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 선언 등으로 입구를 연 뒤, 북미 정상이 포괄적인 틀에서 합의를 보고 중국과 일본 등이 참여하는 외교적 협의체가 이를 구체적으로 이행ㆍ검증하는 비핵화 시나리오와 맞물린 것이다.
아울러 한미가 구상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북한의 비핵화를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인 2020년까지 완료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전임 대통령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북한 비핵화를 최대 외교 업적으로 내세워 재선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이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에 힘 입어 북한 비핵화를 집중적으로 추동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 대가로 요구하는 것은 체제보장뿐만 아니라 경제제재 완화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언급한 ‘단계적 조치’도 비핵화 조치를 제재 완화에 상응해 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미국은 과거 실패했던 북한과의 협상 방식을 반복하지 않겠다며 제재 완화에 대해선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논의의 핵심은 북한이 갖고 있는 기대에 어떻게 부응해주느냐”라며 “그 방안에 대해 다양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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