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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가 공연장… ‘방랑가객’ 이장희 “칠십 넘어 음악이 1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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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가 공연장… ‘방랑가객’ 이장희 “칠십 넘어 음악이 1순위”

입력
2018.04.17 15: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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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에서 온 이장희입니다.” 17일 서울 중구의 한 한정식집. 먼저 인사를 건넨 가수 이장희(71)는 울릉도 공연 소식을 알리는 기자간담회를 ‘내 나이 육십하고 하나일 때’(1989) 연주로 시작했다. “1974년 고려대 신입생 환영식에 초청받아 신입생들에게 뭘 들려줄까 고민하다 행사 하루 전에 만든 곡”이란 설명을 하고 난 뒤였다. 낯선 곳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공연이 1971년 노래 ‘겨울이야기’로 데뷔한 노장에게도 각별한 의미인 듯했다.

이장희는 다음달 8일부터 9월 15일(매주 화ㆍ목ㆍ토)까지 경북 울릉군 북면 현포리의 울릉천국 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그건 너’를 비롯해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한잔의 추억’ 등 그의 대표곡들로 꾸리는 무대다. 쎄시봉과의 협연도 준비 중이다. 울릉도는 1만여명이 사는 작은 섬이다. 하루 평균 3,000여명에 달하는 울릉도 관광객을 끌어 들여 150석 규모의 공연장을 넉 달 동안 채운다는 각오다.

이장희는 주민등록상으로 현재 울릉군민이다. 미국에서 2004년 귀국해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았다. 1996년 우연히 찾은 울릉도의 매력이 잊히지 않아서였다. 이장희는 송곳산 인근에 농장 용지를 사 ‘울릉 천국’이라고 이름 지었고, 울릉군에서 이 부지에 문화센터를 짓자는 요청이 들어와 일부 부지(1,652㎡)를 기증, 내달 8일 문화 공간 울릉천국 아트센터를 열게 됐다. 이장희는 “울릉도는 보물처럼 아름다운 데다 바로 옆에 (우리 국민에게) 정신적인 상징인 독도가 있는 의미 있는 섬”이라고 말했다. 울릉도와 사랑에 빠진 그는 2013년 노래 ‘울릉도는 나의 천국’을 내놓기도 했다. 이장희는 굴착기 사용법을 배워 집에 연못과 밭까지 일궜다. 더덕도 길렀다. 이장희는 “농사 대부분은 무성하게 자라는 잡초를 뽑는 일”이라며 “3년 농사를 하다 보니 나하고 안 맞아 그만뒀다”고 말했다.

이장희는 “나이 칠십이 넘어 음악이 인생의 1순위가 됐다”며 웃었다. 1975년 대마초 파동에 연루된 뒤 1980년대 초 미국으로 건너가 의류 사업과 라디오방송 진행 등을 했던 이장희는 자연과 여행이 좋아 이곳 저곳을 떠돌며 음악에서 멀어졌다. 방랑 가객은 “이번 공연 준비를 하면서 중학교 때 음악에 빠져 공부 안 하고 대학(연세대 생물학과)도 중퇴하던 시절이 떠오르더라”며 “음악이 너무 좋아져 다시 설렌다”고 했다. 이장희는 50여년 전 결성했던 밴드 동방의빛 멤버였던 강근식(기타), 조원익(베이스)과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음악에서 다시 재미를 찾은 이장희는 지난해 “애플뮤직에 가입해” 힙합 음악까지 듣는다. 이장희는 새 앨범도 구상 중이다. 9월 공연이 끝나면 후배 음악인들과 손잡고 본격적인 녹음을 할 예정이다. 이장희는 “미국에서 8년 살다가 1988년 한국으로 돌아와 앨범을 내려고 준비하던 곡들이 있었다”며 “이 곡들을 지난해 알래스카에서 3주 동안 머물며 다시 들었는데 ‘이게 마지막으로 하려 한 음악이었구나’란 친근감이 들면서 다시 작업하고 싶어졌다”고 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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