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직원을 괴롭혀 극단적 선택에 이르도록 한 경찰관을 파면한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수원지법 행정5부(부장 권덕진)는 전직 경찰관 이모씨가 경기남부경찰청을 상대로 낸 파면처분취소 소송을 기각했다고 17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경기남부청 국제범죄수사대에 근무하던 A경사는 2016년 5월 부서장인 이모씨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감찰 조사결과 이씨는 2013년 2월부터 부하 직원인 A경사를 수 차례 공개적으로 면박 주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병가 신청을 불허하는 등 괴롭힌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4년에는 사기도박 등 혐의로 체포 영장이 발부된 지인에게 수배 사실을 누설하는가 하면, 근무시간에는 사우나 출입, 운동, 골프 연습을 하는 등 상습적으로 근무를 게을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합당한 이유 없는 수사를 중단하고, 친소관계에 따른 부하 직원에 대한 차별대우 등의 비위를 저지르기도 했다.
경기남부청은 이런 내용의 감찰 결과를 토대로 2016년 7월 이씨를 파면했다.
하지만 이씨는 “A 경사를 몇 차례 질책한 것은 사실이지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고자 한 것”이라며 대부분을 부인하며 경기남부청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설사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장기간 성실히 근무한 점 등을 고려하면 파면은 징계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이라고 했다.
법원은 그러나 감찰조사에 문제가 없다며 이 씨에 대한 징계사유를 모두 인정하고 이에 따른 파면 조치 또한 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찰공무원은 고도의 청렴성과 공정성이 요구된다”며 “원고의 비위행위로 부하 직원들의 원활한 공무 수행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고 경찰 조직에 대한 신뢰와 권위를 크게 실추시킨 점 등을 살펴보면 파면 처분이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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