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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 완수” 트럼프 자찬, 부시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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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 완수” 트럼프 자찬, 부시가 떠오른다

입력
2018.04.16 17:4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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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언론 “15년 전 메시지와 같아”

섣부른 종전 선언 과거 상기시켜

공습 효과 의문 제기 목소리도

시리아 정부군, 공습 하루 만에

중ㆍ북부 반군 점령지 공세 재개

푸틴 “공습 재발 땐 거대한 혼란”

15일 미국 뉴욕에서 시리아 공습을 규탄하는 반전 시위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서로 대립하는 가운데 한 시위자가 미국 깃발을 큰 우산에 매단 채 흔들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15일 미국 뉴욕에서 시리아 공습을 규탄하는 반전 시위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서로 대립하는 가운데 한 시위자가 미국 깃발을 큰 우산에 매단 채 흔들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미국ㆍ프랑스ㆍ영국 삼국연합의 시리아 공습이 끝난 후 트위터를 통해 “이보다 더 좋은 결과는 있을 수 없다. 임무 완수!”라고 자찬했다. 이를 두고 미국 언론은 ‘임무 완수’가 15년 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 직후 내걸었던 메시지와 같다고 비꼬았다. 부시의 섣부른 종전 선언 이후 이라크가 내내 미국의 발목을 잡았던 과거를 상기시킨 것이다.

그런데 시리아 상황도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건재하고 전문가들은 공습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미ㆍ러 대립의 격화로 시리아 내부에서의 전투행위가 격화되면서 시리아 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등 상황은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아사드 대통령의 명령을 받는 시리아 정부군은 서방 공습 하루 만인 15일 중부 거점도시 홈스의 북쪽 반군 점령지에 대한 공세를 재개했다. 동(東)구타의 반군 최후 거점인 두마가 함락되자마자 다른 지역의 반군 정리에 나선 것이다. 러시아 역시 시리아 정부에 대한 지원을 끊을 기색이 없다. 시리아를 방문, 아사드 대통령을 접견한 러시아 의회 대표단의 나탈리아 코마로바 의원은 러시아 타스통신에 “아사드 대통령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라며 “서방의 행동이 침략행위라는 그의 입장을 우리도 공유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공습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 연구원은 미국 CNBC에 “화학무기 능력을 수 년 전으로 되돌렸다는 미 국방부 진단은 지나친 과장”이라고 주장했다. 케네스 맥켄지 미국 합동참모본부장 역시 전날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중대한 타격을 입혔다는 점은 분명하다”라면서도 시리아 내 다른 화학무기 시설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고 개발도 언제든지 재개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아사드 대통령이 화학무기 등을 사용하지 못하게 통제하려면 결국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움직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미ㆍ러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습을 계기로 동서 긴장은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15일 미국 CBS방송에 출연해 “미 재무부가 러시아를 향해 새로운 제재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 의회도 미국을 향한 우라늄ㆍ티타늄 수출에 제동을 거는 방식의 역(逆)제재 법안을 검토 중이다.

미ㆍ러 대립구도가 심화하면서 “가능한 한 시리아에서 빨리 철군하겠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장담도 무색해지고 있다. 오히려 시리아 전역에 일촉즉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아사드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서방의 공습 직후 “앞으로 미국이 원하는 상황이 이어지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CNN방송은 이를 두고 시리아 정부와 이란이 남아 있는 반군의 최대 거점인 이들리브를 노릴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맞서 이들리브에 개입해 북부 반군을 지원 중인 터키와 이란을 견제하려는 이스라엘이 전면에 나설 경우 미국과 러시아마저 원치 않는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한 듯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서구의 공습이 재발할 경우 국제사회에 거대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공습을 도운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공습 참여 정당성을 문제 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공습 전 의회와 논의했어야 한다’는 야당의 비판에 대해, “공습은 인도주의 위기를 막기 위한 결정이며 영국의 국가이익에 부합한다”고 반박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15일 저녁 프랑스 BFM방송에 출연해 “공습은 국제법상 정당성을 보유하고 있다”라고 강조하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습 대상을 화학무기로 제한해야 한다고 설득했다”라며 자신이 확전을 막는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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