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지휘자 마리너 추모
솔로곡 담은 앨범 이달 발매
“‘모차르트를 그렇게 좋아하면 지금부터 협주곡 전곡 녹음을 시작해야, 50세 때 끝난다’고 하셨어요. 27곡이나 되니까요.”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모차르트를 꼽아왔던 피아니스트 손열음(32)이 들려준 거장 지휘자 네빌 마리너(1924~2016)와의 일화다. 마리너는 모차르트 연주의 대가이자 영화 ‘아마데우스’ 음악감독으로도 잘 알려진 지휘자다. 2016년 4월 손열음은 마리너가 이끄는 영국 관현악단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ASMF)의 내한 공연에서 모차르트 협주곡 21번으로 그와 처음 호흡을 맞췄다. 이 연주가 끝난 후 마리너가 손열음에게 녹음을 먼저 제안했다. 같은 해 6월 영국 런던에서 이 곡을 녹음할 만큼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러나 마리너는 10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 후 한 동안 중단됐던 손열음의 모차르트 앨범이 이달 전세계 발매된다.
손열음은 1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인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협주곡 두 곡으로 음반을 내려던 기존 계획 대신 마리너 선생님을 기억하며 연주한 솔로곡으로 앨범을 채웠다”며 “특히 판타지 K.475는 마리너 선생님에 대한 추모의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모차르트 협주곡 21번은 손열음의 대표 레퍼토리로도 꼽힌다. 1996년 이 곡을 처음 연주했던 그는 2011년 2위에 오른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모차르트 협주곡 최고연주자상을 수상했다. 그의 콩쿠르 연주 영상은 유투브에서 재생 횟수 1,000만회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손열음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주 짧은 곡도 한 편의 오페라처럼 서사가 있어요. 그러면서도 완전히 만들어져서 나온 것 같은 모차르트만의 마무리가 있어요. 그 자체 미학이 너무 탁월합니다.”
원래 이번 앨범에는 협주곡 21번과 함께 8번을 담으려 했었다. 같은 다장조의 곡이지만 8번은 21번에 비해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아 두 작품의 서로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손열음은 10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오케스트라 앙상블 서울과 이 두 곡을 연주한다. “저는 이 음반이 세상에 나온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워요. 중간에 계획 변경이 많았거든요. 10월 연주회를 통해 많은 분들께 이 음악을 직접 들려드리고 싶어요.”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