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전북 현대 이동국./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속 주인공 벤자민 버튼은 날이 갈수록 외모가 젊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올 시즌 K리그1에서 뛰고 있는 이동국(39ㆍ전북 현대)의 축구 시계도 벤자민의 외모처럼 시간을 거스르고 있다.
이동국은 불혹이 다 된 나이에도 조카뻘 되는 외국인 선수들과 치열한 득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는 올 시즌 6경기에 출전해 4골(리그 3위) 1도움을 기록 중이다. 당일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가 받는 경기 최우수선수(MVP)에도 리그에서 가장 많은 2차례나 뽑혔다.
올 시즌 리그 득점 1~3위에 오른 선수 중 나이가 30대인 선수는 이동국뿐이다. 6골로 1위를 달리고 있는 말컹(24ㆍ경남FC)과 5골로 2위에 포진한 스테판 무고사(26ㆍ인천 유나이티드)는 모두 20대다. 이들 외국인 선수들에 비해 앞선 또 하나는 바로 ‘효율’이다. 이동국은 이번 시즌 출전한 6경기 중 한 경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교체 멤버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말컹(6경기)과 무고사(5경기)가 모든 경기를 선발 출전한 것과는 대조된 모습이다. 훨씬 적은 출전 시간을 뛰고도 비슷한 득점 기록을 내고 있는 셈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로 범위를 넓혀보면 더욱 놀랍다. 이동국은 올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폭발적인 득점력을 선보이며 팀의 조기 16강행을 이끌었다. 지난 2월 13일 가시와 레이솔(일본)과 1차전에서 그는 1-2를 만드는 추격 골에 이어 2-2에서 승리를 확정하는 결승 골까지 터뜨렸다. 2월 20일 킷치(홍콩)와 경기에서 1골, 지난 4일 가시와 레이솔과 5차전에서 다시 1골을 추가해 16강행에 앞장섰다. 이동국은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5경기에서 선발 1차례를 포함해 모두 뛰었고, 4골을 뽑는 맹활약을 펼쳤다.
K리그1과 AFC 챔피언스리그 총 11경기에서 무려 8골을 넣었다. 경기당 0.73골이다.
이동국은 국내 프로축구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K리그 통산 출장과 득점 부문에서 범접할 수 없는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 K리그 통산 475경기에 출전해 206골(역대 1위) 72도움을 올리고 있다.
사실상 처음 ‘조커’ 역할을 맡게 됐던 지난 시즌 이동국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출전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그 시간 내에서라도 활약해 건재하다는 인상을 주고 싶다. 팀에 필요하고 보탬이 되는 선수로 생각되고 싶다”고 희망했다. 축구 감독을 할 나이에 근접해 가고 있지만, 이동국은 여전히 ‘선수’로서 구단에 큰 힘이 되고 있다. 그의 활약으로 전북은 올 시즌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리그 선두(6승1패ㆍ승점 18로)에 올라 있다. 수원 삼성(4승2무1패ㆍ승점 14)과는 승점 4차이다.
한준희(48) KBS 축구해설위원은 16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동국을 두고 “전북은 좋은 선수들이 많아 체력 안배를 충분히 할 수 있으니 더욱 집중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며 “슈팅력과 위치 선정, 경기를 읽는 시야는 여전히 K리그 최상급이다”고 극찬했다.
이동국은 지난 2월 K리그1 개막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나이 마흔이 다 되니 축구가 느는 것 같다“는 흥미로운 어록을 남겼다. 그의 올해 목표는 두 자릿수 득점이다. 이동국은 쌓여가는 나이와 연륜만큼 더 노련하고 위협적인 골잡이로 거듭나고 있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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