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ㆍ3 주제곡 편곡 이문석 창작
행복ㆍ치유ㆍ희망 등 주제로 연주
‘앙상블 여수’ 창단 첫 릴레이 공연
여수순천10ㆍ19사건 당시 전남 구례군 산동면의 꽃다운 열아홉 처녀 백부전(백순례)의 애절한 사연을 담은 노래 ‘산동애가’가 70년 만에 클래식 연주곡으로 창작돼 눈길을 끌고 있다. ‘앙상블 여수’(감독 박이남)가 첫 연주에 나서며 공연은 오는 28일 여수 예울마루를 시작으로 서울, 광주 등 전국에서 공연된다.
16일 앙상블 여수에 따르면 창작곡 ‘산동애가’는 여순사건 때 19살이었던 백씨가 가문을 잇기 위해 막내 오빠를 대신해 처형장으로 끌려가면서 부른 ‘산동애가’를 모티브로 삼아 행복(Happy), 치유(Healing), 희망(Hope) 등 세 주제로 연주된다. 연주곡은 제주 4ㆍ3 70주년 기념 주제곡을 편곡했던 이문석 작곡가가 맡았다.
‘산동애가’는 백순례의 애절한 삶을 전하는 노래다. 백씨의 큰오빠는 일제강점기 징용으로 끌려가 사망했고, 여순사건 당시에는 국군의 협력자 색출작업 진행 과정에서 작은오빠가 죽고 막내오빠마저 죽음에 몰리자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자신은 죽어도 괜찮으니 막내오빠를 살려 달라’고 애원하며 오빠를 대신해 형장으로 끌려가면서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
1주제는 평온하고 다복했던 백씨의 가정을 ‘행복하게’(Happy)로 표현하면서 백씨가 어릴적 천진난만하게 뛰어 놀던 모습을 그렸다. 2주제는 평화로웠던 마을에 갑자기 총소리가 들려오고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한 상황을 ‘탄식하듯이’(Sospirando)로 표현했고, 좌익으로 몰린 오빠를 대신해 형장으로 끌려가며 부른 ‘산동애가’의 원곡 그대로를 살려 당시 슬픔을 나타냈다. 이어 꽃다운 나이에 죽음을 맞이하는 소녀의 마음을 ‘결연하게’(Risoluto)로 표현했다.
3주제는 무고한 희생을 추모하며 좌우간에 이념대립이 아닌 70년의 세월 흐름으로 사랑과 용서를 ‘치유’(Healing)로 나타냈다. 마지막 짧은 마디는 그 동안의 침묵의 70년 세월을 어울림으로 승화시켜 하나가 되자는 ‘희망’(Hope)을 표현했다.
이문석 작곡가는 “산동애가 사연을 접하고 시대의 아픔에 너무 가슴이 아파 많이 울었다”며 “이번 창작곡이 여수지역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여순사건의 아픔을 알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앙상블 여수는 광주전남지역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들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기 위해 지난해 말 오디션을 거쳐 1월 창단했다. 이번 연주는 피아노 반수진, 바이올린 이성열, 서주희, 비올라 정호균, 첼로 윤소희, 플루트 손영주, 김초롱, 클라리넷 김혜란 등 8명으로 독일과 프랑스 등지에서 최고 연주자 과정을 이수한 실력파들이다.
박이남 감독은 “우연한 기회에 여순사건 노래를 알게 됐는데 때마침 올해가 여순사건 70주년이어서 용기를 내 연주곡을 만들게 됐다”며 “지난 70년 동안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 속에서 이제는 음악이 유가족과 지역민을 치유하고 새로운 희망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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