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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바람의 색’ 곽재용 감독 “손예진과 멜로영화 한 편 더 만들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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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바람의 색’ 곽재용 감독 “손예진과 멜로영화 한 편 더 만들고파”

입력
2018.04.16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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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곽재용 감독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년) ‘클래식’(2003년)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2004년) 등 흥행 멜로영화를 만들며 국내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손예진, 전지현 등이 그의 작품을 통해 집중 조명을 받고 스타덤에 올랐다. 스타 메이커나 다름없는 곽재용 감독이 또 한 편의 멜로 영화를 들고 관객을 찾았다. 곽재용 감독의 판타지가 듬뿍 들어간 한일 합작영화 ‘바람의 색’을 통해서다.

-어떤 영감을 얻어 ‘바람의 색’을 만들게 됐나.

“지난 2007년 ‘싸이보그 그녀’ 촬영을 마치고 홋카이도에서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사실 2002년도에 ‘엽기적인 그녀’ 가 유바리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 가져가면서 홋카이도를 처음 접하게 됐다. 눈 오는 날 기차를 타고 가는데 역마다 사람들이 깃발을 흔들어주면서 반기더라. 그 후 2007년 홋카이도 전 노선을 돌면서 풍광을 구상했다. 영화에서 마술 공연을 하는 장면도 그 때 다 봤던 모습이다. 2010년도에 삿포로에서 한 달 간 묵으면서 시나리오를 썼다.”

-손예진, 전지현 등 스타들을 만들어낸 감독 아닌가. 이번 영화에서 후루카와 유우키, 후지이 타케미에게서 어떤 가능성을 봤나.

'바람의 색' 후루카와 유우키(왼쪽), 후지이 타케미.

“배우들을 만나면 관찰하고 연구하는 걸 좋아한다. 이번 두 배우는 외국 배우라 내가 잘 몰랐다. 알아보니 중국에서도 꽤 유명한 배우들이라고 하더라. 후루카와 유우키는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 여러 가지 장점과 분위기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도플갱어 캐릭터이기 때문에 마술사 류는 강하게 표현하고 료는 좀 약하게 표현하길 바랐는데 잘 해줬다. 후지이 타케미는 한국 관객들이 봐도 익숙하게 볼 수 있는 마스크다. 일본 배우 특유의 비음도 없이 목소리가 참 좋았다. 그 점이 굉장히 친근하게 느껴졌다.”

-도플갱어라는 소재를 멜로영화에 쓴 이유가 궁금하다.

“이 영화를 처음 만들 때 맨 처음에 마술이 떠올랐고, 그 후 차가운 바다에 마술 상자가 가라앉아 사람이 타고 내려가는 장면이 떠올랐다. ‘동경에서 한 여자가 삿포로에서 나랑 똑같은 여자가 살고 있는데..’라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기존의 작품들 속 도플갱어는 거의 악인으로 나왔는데 우리 영화는 사랑의 감정이 중요하니까 감정에 충실한 영화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사실 굉장히 오랫동안 고민했다.”

-비를 맞는 남녀 주인공의 모습에서 ‘클래식’이 연상되기도 했다.

“영화를 다 찍고 시사회를 할 때도 그 생각은 하지 못했다. 영화를 찍을 때 ‘비 장면을 넣어야지’라는 생각을 미리 했던 건 아니다. 다행히 그 장면이 잘 나와서 전작에 꿀리지 않는 장면이 됐다.(웃음) 사실 그 장소를 찾기 굉장히 힘들었다. 일본 현지 촬영 팀은 이미 포기한 상태였다. 담이 좀 높고 클래식한 분위기가 있는 데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요코하마에서 겨우 찾아 찍은 장면이다.”

-영화에서 마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다.

“멜로드라마에서 사용하지 않은 장면들을 넣기 위함이었다. 언젠가 한 번 마술을 영화의 소재로 넣어보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남자들은 어렸을 때 한 번쯤은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마술을 잘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품은 적이 있을 거다. 어린 시절 느낀 마술의 판타지를 사용했다.”

-해리성 인격장애, 도플갱어, 마술 등 영화에 쓰인 소재가 참 많다. 관객들의 몰입을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 어떻게 균형을 잡고자 했나.

“영화를 만들 때 내러티브보다 장면과 음악에 중점을 두는 편이다. ‘엽기적인 그녀’에도 대표곡 ‘마이걸’이 흐르지 않나. ‘클래식’도 마찬가지고. 영화에는 중간 중간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장면들이 나온다는 걸 신뢰하고 본다면 좋을 것 같다.”

-전지현, 손예진을 만난 거 행운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어떤 의미였나.

“지금 만약 ‘엽기적인 그녀’같은 영화를 만들라고 한다면 할 수 없다. ‘클래식’도 마찬가지다. 그 시기에 만난 것이 서로에게 대단한 행운이라고 생각해서 한 말이었다. 손예진 같은 경우 ‘클래식’ 당시 딱 나이에 맞게 캐스팅이 됐다. 사실 많은 여성 배우들이 그 동안 많은 멜로드라마에 출연했지만 남는 건 별로 없다. 우리나라는 전지현, 손예진 정도인 것 같다. 그런 배우들을 다시 못 만나는 아쉬움에 ‘행운’이라고 표현한 것도 있다.”

-젊은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멜로영화가 아닌 성숙한 멜로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없나.

“앞으로는 좀 나이가 있는 사람들의 멜로드라마를 만들고 싶긴 하다. 하지만 사실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는 감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점들이 많이 있다. 아직까지 내 연구가 부족한 것 같다. ‘클래식’ 재개봉 작업을 위해 손예진을 다시 만났다. 손예진에게 다시 한 번 멜로를 해보자고 했다. 30~40대를 위한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

사진=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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