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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변협 회장이면 국민훈장 받는 게 당연한가

입력
2018.04.16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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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환구 사회부 기자
유환구 사회부 기자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회장 출신에게 훈장을 주는 것은 이미 관례입니다. 일종의 국민적 합의를 깨는 거 아닙니까?”

변협 공보이사가 14일 밤 기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글을 보냈다. 늦은 밤 그가 800여자에 가까운 장문의 글을 쓴 이유는 ‘상’ 때문이었다. 법무부가 오는 25일 열리는 법의 날 행사에서 하창우 전 변협 회장을 서훈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게 변협 임원들이 화가 난 이유였다.

통상 변협 회장은 임기가 끝난 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아 왔다. 국민훈장은 정치ㆍ경제ㆍ사회ㆍ교육ㆍ학술분야에 공을 세워 복지향상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주는 훈장으로 이 중 가장 등급이 높은 것(1등급)이 바로 무궁화장이다.

관례였다는 변협 설명이 맞기는 하다. 이미 같은 훈장을 받았거나 본인이 고사한 경우를 빼면 1999년 이후 예외는 없었다. 그래서 변협 입장에선 불만이 있을 순 있다. 협회 위상과 관련된 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이의 제기를 넘어, 관행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상을 받아야 한다”고 반발하는 것은 억지다. 훈장은 서훈자 ‘공적’이 중시되어야 하는 것이지, 그의 ‘자리’ 때문에 주는 것이 아니다. 변협 회장 출신에게 훈장을 주는 게 ‘국민적 합의사항’이라는 말에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될 지도 의문이다.

하 전 회장 본인이 자초한 논란도 있다. 회장 재직 당시 회원 의견 수렴 없이 테러방지법 지지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고, 퇴임 한달 반 만에 특정 대선캠프에 합류하는 등 정치 중립성을 의심케 하는 행보를 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변협은 이익단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공의 이익을 위한 기관이다. 대법관과 검찰총창 추천권 등 적지 않은 권한이 부여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변협이 사회통합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특정 집단을 대변하며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게 사실이다.

과거 대통령들이 재임 중 스스로에게 최고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셀프 서훈’했을 때도 비판이 컸다. 특정한 자리만 지내면 훈장을 주는 관례도 이제는 따져볼 정도로 국민의 눈높이는 높아졌다. 공익단체이기도 한 변협이 여전히 대접받는 일에만 집착할 이유가 있는가.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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