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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보건소 정신과 2주 대기… 서울대생 스트레스도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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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보건소 정신과 2주 대기… 서울대생 스트레스도 최고?

입력
2018.04.15 20: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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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부담ㆍ수면장애ㆍ우울증 호소

“정신과 진료하는 대학 드문 탓도”

서울대 정문.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대 정문. 한국일보 자료사진

“예약은 가능한데 대기자가 많아서 2주 뒤부터 돼요.”

지난달부터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서울대생 차모(25)씨는 3월 말 학내 보건진료소에 전화를 걸었다가 당황했다. 하루라도 빨리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 수면제 처방을 받길 원했지만, 수화기 너머에선 4월 초에야 진료가 가능하단 답이 돌아왔다. 예약이 꽉 차 있단 이유에서다.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이 주 5일, 매일 20~30명씩 진료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학생 200여명이 대기 중인 셈. 차씨는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교내에 이렇게 많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서울대 보건진료소에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학생들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우울증 초기 증상 중 하나인 수면장애를 호소하거나, ‘내가 겪고 있는 게 우울증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상담을 요청하는 식이다. 서울대는 정신건강 문제로 학내 보건시설을 찾는 학생이 다른 대학에 비해 많은 편이다. 3월 한 달간 같은 이유로 연세대 건강센터를 찾은 학생은 3명에 불과했다. 서강대 보건실 관계자는 “불면증이나 우울증을 이유로 찾아오는 학생은 1년에 한두 명뿐”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생’이라는 사실 자체가 주는 부담감이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졸업에 가까워질수록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학생이 많아지는데, ‘서울대까지 나왔으면 이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냐’는 가족 기대나 사회적 압박을 토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군 제대 후 5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는 최모(25)씨는 “부모님은 (서울대 다니는 아들이) 금방 붙을 거라고 기대하지만 내 마음 속엔 언제라도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라며 “그 때문인지 불면증이 생겨 4개월에 한 번씩 보건진료소를 찾는다”고 했다. 졸업을 앞둔 변모(26)씨는 “지난해 진로 관련 시험을 앞두고 반드시 잘 봐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다 수면장애를 얻었다”고 전했다.

저렴한 비용과 전문성 있는 서비스가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 불면증 관련 진료를 받고 일주일 치 수면제를 처방받았을 때 비용은 의료보험 적용 시 약 5,000원. 사설 병원이라면 1만~3만원을 내야 한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서울대처럼 보건진료소에서 정신과 진료와 상담을 제공하는 대학은 드물다”라며 “오히려 (학내에 정신과 진료 및 상담이 없는) 다른 대학 학생들이 우울증을 숨기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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