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 유료화 실패가 남긴 것
승객의 목적지 표시 안한 호출
택시업계 외면에 3일 만에 철회
카톡 대형 플랫폼만 믿고 강행
당국은 시장 수요 무시한 채 규제
우버, 에어비앤비 도입 막을 때처럼
디지털 시대 새 사업모델 무산
카카오택시 유료호출 서비스의 핵심인 ‘목적지 미표시’가 택시업계 외면으로 시행 3일 만에 무너졌다. 택시기사가 유료호출 승객의 목적지도 확인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기존 무료호출과 차이가 사라져, 입맛에 맞는 승객만 골라 태우는 카카오택시의 문제점은 그대로 남은 채 요금인상만 부추기고 말았다.
‘카카오 택시 유료화’ 실패는 카카오톡이라는 대형 플랫폼 힘만 믿고 충분한 준비 없이 택시 호출서비스에 뛰어든 대형 IT업체의 실책에 일차 책임이 있다. 하지만 택시 잡기 어려운 시간이나 장소에서 웃돈을 주고라도 택시를 이용하려는 수요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이를 외면한 채, 새로운 서비스를 금지부터 하는 규제 당국도 낡은 관행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앞으로 공공성을 띠는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창출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카카오택시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8시 이후부터 택시 기사들은 카카오택시 ‘스마트호출’ 서비스에서 승객의 목적지를 다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불과 3일 전 카카오는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출시하며 “승객은 1,000원을 더 내는 대신 기사에게 목적지가 표시되지 않아 택시 잡기가 수월해진다”고 설명했지만, 택시 기사들이 목적지를 가린 호출을 외면하자 목적지 미공개 정책을 철회한 것이다.
카카오의 애초 유료화 도입 계획은 배차 성공확률이 높은 택시를 먼저 호출하는 ‘스마트호출’은 2,000~3,000원, 인근의 빈 택시를 강제 배차하는 ‘즉시 배차’는 4,000~5,000원의 별도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국이 호출 수수료는 주간 1,000원 심야 2,000원 범위에서만 허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카카오는 ‘즉시 배차’는 포기하고 ‘스마트호출’만 제공하기로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스마트호출은 많이 사용해 경험치가 쌓여야 하는 서비스인데, 택시기사들에게 돌아갈 몫이 적어 호응이 적어 경험치를 쌓기 힘들어졌다”며 “다시 목적지를 가리는 것은 일단 스마트호출을 시행하며 검토한 뒤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택시 업계에서도 스마트호출 요금이 낮아 기사들에게 유인책이 되지 못했다고 말한다. 호출 한 번에 택시 기사에게 돌아가는 몫은 500포인트(1포인트=1원)인데, 이마저 1만 포인트 이상 모여야 현금화가 할 수 있다. 택시기사 이모(62)씨는 “장거리 손님을 골라 태우면 요금이 1만원 이상 차이 나는데, 손님이 몰릴 때 몇백원 더 받겠다고 목적지 모르는 콜을 잡으려 하지 않는다”며 “호출요금 5,000원인 즉시 배차가 도입됐다면 골라 태우기가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카카오톡 이용자 규모만 믿고 무료 택시호출 사업을 시작해 ‘디지털 승차거부’ 확산을 초래한 카카오는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카카오의 호출 무료화 서비스 이후 영세 호출업체들이 전멸하고, 손쉽게 목적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된 택시기사의 승차거부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가장 큰 책임은 규제 일변도의 당국에 있다. 국토교통부는 카카오 측이 호출 유료화 계획 발표한 후 사실상 요금 인상이라는 반대 여론이 일자, 호출 요금을 “택시 요금의 일부”라고 못 박았다. 호출 요금이 현행 규제의 틀 안으로 들어온 이상 카카오택시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사업을 포기하거나 당국 가이드라인대로 1,000원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당국이 가격을 조정해 새로운 수요와 공급을 창출하는 ‘시장 원리’ 외면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확대를 시작부터 가로막은 것이다.
최기주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을 때처럼 이번에도 정부가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규제를 만들어 결과적으로 승객들의 불편 해소를 가로막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출현도 무산시켰다”면서 “과감한 혁신을 허용하기 위해 규제를 최소화하면서, 요금 인상 문제를 별도로 다룰 수도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카카오택시 유료화 좌초가 미칠 여파를 걱정한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외국에서는 운송 분야와 정보통신(IT)의 결합 분야를 차지하기 위해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데, 한국에서는 왜 카카오택시 이외에는 뛰어드는 기업이 없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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